“총재직을 수행하면서 가장 아픈 지적은 (시장과의)소통에 대한 비판이었습니다.”
다음달 1일로 취임 1주년을 맞는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30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그간의 소회를 밝혔다. 이 총재 스스로 “순탄치 않았다”고 자인하듯 지난 1년 동안 한은은 15개월 동안 묶여있던 기준금리를 세 차례나 내려 사상 첫 1%대 금리 시대를 열어젖히는 등 좀처럼 회복되지 않는 경기 대응에 부심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경기전망 오류, 정부 외압 등의 논란에 끊임없이 시달리며 통화당국으로서 위상에 적잖은 상처를 입었다. 특히 시장 예상을 뒤엎고 조기 단행된 이달 기준금리 추가 인하는 이 총재가 그토록 강조해온 ‘소통 강화’에 대한 신뢰마저 약화시켰다.
이 총재는 “우리가 앞을 내다보는 것이 부족했다”며 경기전망력 부족을 소통 실패의 근본 요인으로 꼽았다. 중앙은행이 정확한 경제전망을 기반으로 일관된 통화정책을 운용해야 시장의 신뢰를 얻고 원활한 소통이 가능한데 그렇지 못했다는 것. 최근 경제동향 분석 및 예측을 책임지는 조사국장에 외부 인사(장민 금융연구원 박사)를 영입한 그는 “경제 전망의 정확성을 높이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좌회전 깜빡이 켜고 우회전은 안하겠다는 약속을 어긴 적은 없다”며 그간의 금리정책이 시장에 보낸 시그널에 부합했다고 항변하기도 했다.
낮아진 금리에 힘입어 가파르게 늘고 있는 가계부채는 이주열호의 또다른 숙제다. 이 총재는 그러나 “(앞으로도)금리인하 결정에서는 거시경제 상황의 흐름이 우선돼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놨다. 금리정책에 따라 시소처럼 상반되게 움직이는 ‘거시경제 리스크’와 ‘금융안정 리스크’ 중 전자를 우선적으로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최근 한은의 주택금융공사 추가 출자나 금융중개지원대출 한도 증액으로 재점화된, 재정정책에 발권력을 동원하는 문제에 관련해선 “남용은 피해야 하지만 성장모멘텀 확충이나 금융안정 도모 등 중앙은행 임무에 부합하는 경우에는 자금 지원을 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총재는 다음달 발표하는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 성장률 전망치(현 3.4%)를 낮출 방침을 재차 밝혔다. 그는 “올해 1월 성장률 전망치 조정(3.9%→3.4%)이 지난해 4분기 성장률 부진 때문이었다면, 이번에는 소비를 중심으로 한 내수 부진이 경기 회복을 제약하는 주요 요인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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