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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아시아운명공동체

입력
2015.03.30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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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 중국몽(中國夢) 실현을 외치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행보가 거침이 없다. 이번에는 아시아판 다보스포럼이라는 보아오포럼 2015년 연차총회가 그 무대였다. 중국 하이난성 보아오에서 나흘 일정을 마치고 29일 폐막한 올 연차총회는 시 주석 등 16개국 정상을 비롯해 2,700여명이 참석했다. 연차총회 주제‘아시아의 새로운 미래: 운명공동체를 향해’에는 시 주석의 원대한 꿈과 야망이 담겼다.

▦ 28일 시 주석 개막연설도 아시아 공동운명체 건설에 초점이 맞춰졌다. 그는 지난 70년간 아시아 각국이 독립투쟁과 외환위기, 재난극복 과정 등에서의 협력으로 ‘내 안에 네가 있고 네 안에 내가 있는’상호의존성이 커졌다고 했다. 그리고는 “아시아는 이제 운명공동체로 나아감으로써 새 미래를 열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아시아는 세계의 아시아이고, 아시아가 좋아야 세계도 좋은 것”이라고 한 대목에선 국력신장을 바탕으로 한 강한 자신감이 묻어난다.

▦ 지역과 세계평화 발전에 대한 대국의 책임을 거론하며 “상호존중, 평등과 공영의 아시아 운명공동체를 통해 인류운명공동체를 건설하자”고도 했다. 이게 중국 특유의 허풍으로만 들리지 않는 건‘일대일로’(一帶一路)와 같은 원대한 구상으로 뒷받침되고 있어서다. 아시아와 유럽, 아프리카를 신실크로드와 해양경제벨트로 아우르는 이 구상에 벌써 60여 나라가 호응하고 나섰다. 미국의 견제를 뚫고 출범을 구체화한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은 일대일로를 구체화기 위한 수단이다.

▦ 시 주석의 아시아운명공동체 건설이 미국과의 패권경쟁을 염두에 둔 국가전략일지라도 대결과 경쟁이 아닌, 협력을 통한 발전과 평화의 추구 방향은 바람직하다. 하지만 대국굴기(大國屈起)의 자신감 언저리로 중화민족주의의 그림자가 어른거리는 건 불길하다. 중국 국영 CCTV는 보아오포럼에서 80여명 각국 정상급 인사들이 시 주석을 만나는 장면을 1시간 가량 중계했다. 지난해 11월 베이징 아태경제협력체(APEC)정상회의 때도 당나라 시절 조공행렬을 뜻하는 만방래조(萬邦來朝)란 말이 나돌았다. 중화민족주의와 아시아운명공동체는 양립이 어렵다.

이계성 수석논설위원 wk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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