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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심대출, 예상 넘는 흥행… 형평성 논란은 여전

입력
2015.03.29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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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분 승인된 1만건 분석 결과

정부 "중산층 이하 수요 많아 가계부채 구조 안정화 효과"

주택금융공사 부담 더 커지고, 은행들 이자 수익 감소에 곤혹

출시 일주일 만인 29일 발표된 안심전환대출 20조원 추가 공급 계획은 예상을 뛰어넘는 흥행 성공의 결과물이다. 당국은 전환 즉시 원금을 함께 갚아야 하는 부담이 따르는 상품 특성을 고려해 대출 전환 수요를 과소 평가했다고 말한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출시 첫날 대출신청 쇄도는 어느 정도 예상했지만 닷새 만에 1차분 20조원 한도가 소진될지는 미처 예측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당국이 “올 하반기에나 추가 공급이 가능하다”던 당초 입장을 접고 중단 없는 상품 공급을 결정한 것은 나흘 만에 20조원의 한도가 소진될 정도로 수요가 넘쳐나는 상황에서 판매를 중단하는 경우 그 후폭풍이 만만찮을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대기 수요를 최대한 끌어내 가계부채 구조개선이라는 정책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계산도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안심전환대출 추가분까지 모두 소진될 경우 전체 가계대출에서 고정금리 및 분할상환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지난해 말 25%)이 10%포인트 상승, 내년도 목표(30%)를 조기 달성할 것이라는 것이 당국의 계산이다. 당국은 또 1차분 판매 사흘째였던 25일에 승인된 대출 1만건을 분석한 결과 대출자 중 연소득 6,000만원 이하가 70%, 주택가격 6억원 이하가 90%에 달하는 등 중산층 이하 계층의 부채 위험을 관리한다는 정책 목표에 부합했다고 밝혔다. “안심전환대출은 지금껏 보기 힘들 정도의 성공적인 정책”이라는 얘기들이 충분히 나올 법하다는 평가다.

그러나 판매 연장이 급히 결정되면서 부작용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가장 큰 우려는 이번에도 수요 예측에 실패해 대출 신청이 20조원을 웃도는 경우다. 저소득 계층에 우선 공급한다는 취지로 주택가격이 낮은 대출 신청부터 배정하겠다지만, 신청한 이들 중 단 한 사람이라도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된다면 형평성 논란이 불가피해 보인다. 1차 신청에서는 같은 조건이라도 선착순으로 인정해준 만큼 ‘이중잣대’ 를 적용하는 셈이다. 실제 정부가 가장 고심한 대목 역시 추가 공급 한도였다. 금융위 고위 관계자는 “한도가 소진될 때마다 추가 판매를 할 수 없기 때문에 이번에는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충분한 규모를 내놓아야 했다”며 “판매 나흘 째인 27일 한도 소진 우려에도 불구하고 대출 신청이 전날과 비슷한 수준이었던 것을 감안할 때 20조원이면 소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연 2.6%대의 안심전환대출이 출시된 지난 24일 오후 서울 남대문로4가의 한 시중은행에서 고객들이 상담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연 2.6%대의 안심전환대출이 출시된 지난 24일 오후 서울 남대문로4가의 한 시중은행에서 고객들이 상담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안심전환대출 재원을 공급하는 주택금융공사(주금공)의 부담도 과도해졌다. 주금공은 은행에서 사들인 대출채권을 주택저당증권(MBS)으로 유동화해 자금을 회수하는데, 재정건전성 차원에서 납입자본금 대비 MBS 발행규모 비율(유동성 보증배수)은 법정한도(50배)보다 낮은 35배로 유지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최근 결정한 2,000억원 추가 출자를 전제로, 주금공이 이 비율 내에서 추가 발행할 수 있는 MBS 규모는 1차분 한도에 해당하는 20조원 정도다.

그런 만큼 안심전환대출 추가 공급을 위해선 이미 법정한도에 다다른 주금공 납입자본금 규모를 늘리는 법 개정부터 하는 것이 정공법이지만, 당국은 유동성 보증배수를 끌어올리는 편법을 택했다. 안심전환대출 추가 공급분도 모두 소진돼 40조원 규모의 MBS가 발행되면 주금공의 유동성 보증배수는 42배로 치솟는다. MBS의 과도한 공급은 시장가격 하락(금리 상승)을 일으켜 주금공 손실로 돌아온다. 40조원 규모의 MBS는 주금공의 연간 발행액으로 역대 최대였던 2013년(22조7,000억원)의 두 배 수준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MBS가 우량채권이긴 하나 단기적으로는 수급 불균형이 나타나 MBS 금리 상승세가 몇 달 동안은 이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은행권 또한 안심전환대출 추가 공급에 곤혹스러운 표정이다. 가계부채 구조 안정화라는 정책 목표에 따라 상품 전환에 따른 중도상환수수료도 받을 수 없고, 안심전환대출 취급 규모만큼 주금공 MBS를 되사서 최소 1년간 보유해야 한다. 대신증권은 안심전환대출 1차분을 기준으로 은행권 전체 손실이 1,400억~1,600억원에 달한다고 추산했다.

무엇보다 제2금융권, 고정금리 대출 등 전환대출 대상에서 아예 제외된 대상들의 불만이 폭주할 가능성이 높다. 은행권에 비해 금리나 경제여력 면에서 가계부채 부실 위험이 더 큰 제2금융권 대출에 대해 정부가 행정상 이유를 들어 전환 불가 방침을 밝힌 것은 정책 취지에 비춰볼 때 불합리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정금리ㆍ분할상환 가계대출 비중을 높이겠다는 정부 정책에 부응해 고정금리 대출을 받거나 갈아탄 이들의 상대적 박탈감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고금리 고정금리 대출을 유지하고 있는 회사원 정모(45)씨는 “결국 변동금리와 원금 만기 상환 등 정부의 의도와 반대되는 가장 나쁜 선택을 한 이들만 구제해주는 정책 아니냐”며 “누가 정부를 믿고 의사 결정을 하겠느냐”고 말했다.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강지원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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