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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세월호 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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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세월호 1년

입력
2015.03.29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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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4월이 온다. 세월호 침몰을 속절없이 지켜봐야 했던 그날의 참담함이 어제 같다. 1년 전 합동분향소에서 “잘 다녀오겠다고 하고 갔으면 이제 다녀왔습니다 하고 돌아와야지, 녀석들아”라며 눈물을 훔치던 시민, ‘과제, 꼭 돌아오기, 죽지 않기’라고 구석에 적혀 있던 쪽지의 기억이 처연하다. 한껏 들떴을 수학여행을 가보지도 못하고 추모공원에 누워있는 단원고 학생들은 우리를 용서했을까. 팽목항에서 돌아오지 않는 오빠를 하염없이 기다리던 중학생 소녀는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 참사 당시 20여명의 학생을 구한 의인(義人) 김동수씨가 얼마 전 자해했다. “학생들을 볼 때마다 생각나고, 창문을 봐도 아이들이 생각난다”며 고통스러워했다고 한다. 유가족이 되는 게 소원이라는 실종자 어머니는 “딸 얼굴도 못 봤는데…”라며 지병 치료를 거부한 채 지금도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알코올 중독에 빠져 생업을 포기하고, 무급휴직이 받아들여지지 않아 권고사직 당한 유가족들. 단식하는 유가족들 옆에서 피자를 시켜먹으며 야만의 폭식 퍼모먼스를 벌인 게 세월호 1년의 자화상이다.

▦ 이석태 세월호 특위위원장이 어제 정부의 세월호특별법 시행령안 입법예고 철회를 요구하면서 특위 무력화 시도를 강력 경고했다. 특위 인원을 특별법에 규정된 120명에서 90명으로 대폭 줄이고, 파견 공무원은 전체의 절반 수준으로 늘린 시행령안은 특위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무너뜨려 특위를 관제화하겠다는 의도나 다름없다. 공무원의 책임을 규명하기 위한 특위의 기획ㆍ조정 업무를 공무원에게 맡기겠다니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겨도 유분수다.

▦ 세월호대책위가 오늘부터 416시간 농성과 함께 선체인양 촉구 등을 위한 도보행진에 나선다. 다음달부터는 노란리본 달기, 시민 조형물 건립, 세월호 기억 사진보내기, 플래시몹 등 추모행사가 전국에서 열린다. 특위의 중립성 보장, 독립적 진상규명과 선체인양, 실종자 수습은 외면해서는 안 되는 최소한의 의무다. 교황청을 방문한 한국주교단에 세월호 문제가 어떻게 됐냐고 물었다는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1년이 다 되도록 선체인양 여부조차 결정하지 못하는 정부가 무슨 대답을 할 수 있을까.

황유석 논설위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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