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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로 물든 나이지리아 선거

입력
2015.03.29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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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코하람 공격에 40여명 사망

유권자 인증카드 결함, 신뢰성 상처

정파 간 유혈사태로 번질 가능성

나이지리아 대선과 총선 투표가 진행된 28일 다우라 지역에 설치된 투표소에서 한 노인이 투표를 하기에 앞서 지문으로 유권자 신분을 확인하는 기계인 생체 인증카드 리더기에 손가락을 넣으려고 하고 있다. 다우라=AP 연합뉴스
나이지리아 대선과 총선 투표가 진행된 28일 다우라 지역에 설치된 투표소에서 한 노인이 투표를 하기에 앞서 지문으로 유권자 신분을 확인하는 기계인 생체 인증카드 리더기에 손가락을 넣으려고 하고 있다. 다우라=AP 연합뉴스

과격 이슬람 무장단체 보코하람의 위협으로 한달 넘게 연기됐던 나이지리아 대선과 총선이 28일(현지시간) 실시됐다. 하지만 투표소를 겨냥한 보코하람의 무차별적인 공격으로 40여명이 사망하는 등 유혈사태로 번지며 극심한 혼란이 야기되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 나이지리아 전국의 투표소에서 대선과 총선 투표가 동시에 시작됐다. 보코하람의 공격에 대비해 전 국민의 이동제한 조치가 내려졌으며 국경은 폐쇄되는 등 삼엄한 경비 속에 진행됐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이번 대선은 현직 대통령으로 재선에 도전하는 집권 인민민주당(PDP) 굿럭 조너선(58) 후보와 민선 대통령을 축출하고 정권을 장악했다가 다시 쿠데타로 쫓겨난 제1야당 범진보의회당(APC) 무함마두 부하리(72) 후보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조너선 대통령은 집권 후 부패척결 성과로, 이번이 4번째 대권 도전이자 군부 출신인 부하리 후보는 집권 후 보코하람 세력 척결에 적극 나설 것이라는 기대로 대중의 지지를 받고 있다.

하지만 보코하람의 공격이 계속되며 유혈이 낭자한 투표일이 됐다. 보코하람은 서구식 민주주의는 죄악이라며 선거 실시에 반발해왔다. 나이지리아 정부는 올 2월 14일로 예정됐던 선거일을 6주 연기한 뒤 그 동안 카메룬 차드 니제르 등에서 대대적인 보코하람 토벌에 나섰지만 성과를 거두지 못한 셈이다.

dpa통신에 따르면 보코하람이 이날 나이지리아 요베 주 응갈다와 곰베 주 워루 등의 지역에서 투표소를 향하던 지역 주민들을 공격해 25명이 숨졌다. 또한 27일 보르노 주 부라타이에서 보코하람으로 의심되는 무장괴한들이 마을을 공격해 주민 23명을 참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설상가상으로 이번 선거에 처음 도입된 유권자 인증카드의 기술적 결함 등으로 투표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해 나이지리아 선거 이후 정당성 논란이 이어지며 정파 간 유혈사태가 초래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나이지리아에서는 2011년 선거 결과가 발표된 뒤 유혈 충돌이 발생해 약 1,000여 명이 숨졌다.

이날 일부 투표소에서 유권자 지문을 확인하는 생체 인증카드 리더기에 오류가 발생해 유권자 상당수가 투표를 하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조너선 대통령 부부는 이날 오전 고향인 남부 바이옐사 오투오케 투표소에 도착했으나 생체 인증카드 리더기가 작동하지 않으면서 현직 대통령이 투표를 하지 못하는 어처구니 없는 경우도 벌어졌다. 수도 아부자의 한 투표소에서도 카드 리더기 에러로 투표가 오후 12시30분에야 시작됐다.

나이지리아 선거관리위원회(INEC)는 유권자 인증이나 투표 문제가 보고된 지역에서는 29일까지 투표를 하루 연장한다고 발표했지만 투표 결과에 대한 신뢰성과 투명성에 치명적 상처를 입었다는 지적이다.

나이지리아 1억7,300만 인구 중 약 6,880만 명이 유권자 등록을 한 이번 투표 결과는 투표 종료 후 48시간 이내에 집계될 예정이었으나, 일부 지역의 투표 연기 등으로 선거 결과 공개 시기가 불투명해졌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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