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권판매점도 "생계 위협" 반발
지자체와 베팅산업계에서 “도박 중독 막으려다 살림살이만 어려워진다”는 볼 멘 소리가 나오고 있다.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이하 사감위)가 도입하려는 사행산업 전자카드제가 발단이 됐다.
사감위는 지난달 23일 사감위 전체회의에서 ‘2018년 전자카드 전면시행(안) 및 올해 전자카드 확대시행 권고안’을 확정하려다가 30일로 논의를 미룬바 있다. 관련 업계와 사행산업으로 세수를 충당하는 지자체의 반발이 예상이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전자카드제란 구매상한선 관리를 위해 개인 정보가 담긴 전자카드를 이용해 복권을 사도록 하는 규제다.
먼저 반발하고 나선 것은 부산시의회와 경남도의회다. 이들은 20일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의 전자카드 도입에 대한 공동 건의문’을 발표하고 “세입 기반이 열악한 자치단체의 현실과 최근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복지 수요를 감안하지 않고 사감위가 전자카드 제도 도입 등 합법산업의 규제강화에만 초점을 두어 세수감소 등 부작용을 낳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부산시와 경남도는 지난해 경마시행으로 거둬들였던 지방세는 2,511억원에 달한다. 사감위의 계획대로 전자카드제가 전면 시행되면 2018년에는 지방세수가 1,042억원으로 감소하고, 경륜은 지난해 791억원이었던 지방세가 2018년 389억원으로 떨어지면서 최대 1,871억원의 세수결손이 우려된다며 강력 반발했다.
과천경마장에서 시 전체 수입의 절반을 거두어들이고 있는 과천시의 고민은 훨씬 크다. 과천시는 23일 경마 레저세로 거두어들이는 세수가 716억원에 달하는데, 전자카드제가 시행되면 384억원으로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자체가 전자카드제의 도입이 재정 파탄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는 이유는 기존 사행산업 이용자들이 그만큼 전자카드를 기피하기 때문이다. 전자카드 기피로 이용자들이 불법도박시장으로 이탈하면 결국 그만큼 세수가 줄어든다는 논리다.
2012년 9월부터 경마 전자카드제를 시범 운영하고 있는 인천 중구, 창원, 대구 지사의 경우, 96%의 고객이 전자카드를 기피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자카드가 현금구매에 비해 오히려 구매 상한선(전자카드 10만원, 현금구매시 3만5,000원)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고객 기피로 매출에는 타격이 컸다. 실제 시범운영 지사 전자카드 매출은 시행 1년차 대비 시행 2년차에 하루 평균 8.5% 감소했다. 이용 인원 역시 시행 2년차에는 하루 평균 25.8% 줄었다. 개인정보가 노출된다는 불안감과, 전자카드제의 번거로움 등이 주요 원인이다. 지자체와 관련 업체들은 전자카드가 전면 도입하면 매출 감소로 지방 재정 수입이 줄어드는 것은 물론, 불법시장만 커져 제도의 명분과 실리를 전부 놓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한편 복권을 판매하는 일선 판매점주들 역시 매출 감소를 이유로 전자카드제 도입에 반대하고 나섰다. 전국토토판매점협회 소속 회원 1,000여명은 23일 서울 보신각 앞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사감위가 사행산업의 부작용을 막는다며 도입하려 하는 전자카드제에 반대한다”며 “판매점주의 생계와 밀접한 문제지만 의견 수렴도 없었고, 매출급감과 불법시장 확대, 개인정보 노출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현주기자 memor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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