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채용때 근로계약서 안 쓰고
동의없이 계열사에 배치
"운전 등 업무 무관한 일도 시켜"
출판사 자음과모음이 근로계약서 없이 직원을 고용하고 직원들 동의 없이 계열사에 배치하는 등 횡포가 심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주식회사 자음과모음(이하 주자모) 계열사 이지북에서 문학팀 편집자로 일하다 24일 권고사직을 받은 A씨는 “자음과모음이 관행적으로 근로계약서 없이 직원을 고용하고, 계열사에 임의 배치했다”고 26일 주장했다. 그는 “입사 때 근로계약서를 쓰지 않아 이지북에 소속되는 사실조차 몰랐다”고 말했다.
이지북은 5인 미만 사업장이어서 근로기준법 미적용 대상이나 서면으로 근로조건을 명시하도록 돼 있는 등 일부 법 조항은 적용된다. A씨는 “지난해 말 회사가 고용노동부 근로감독을 받으면서 급하게 계약서를 썼는데 권고사직 후 이를 보여달라고 하자 그마저 ‘없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주자모는 개인사업자 업체인 네오북스, 이지북, 자음과모음(구 이룸) 등을 계열사로 두고 있다. 하지만 출판업무에 별다른 구분 없이 황석영과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들을 발행해 왔다. 얼마 전 퇴사한 B씨는 “한 사무실에서 같은 일을 하는 직원들이 연말에 건강검진을 받을 때에야 자기가 어느 계열사에 속하는지를 확인한다”고 말했다. 2013년 황석영 소설 사재기 파문으로 주자모 대표에서 물러난 강병철 자음과모음 사장이 실질적으로 경영 전반에 관여하고 있다.
일부 직원들은 강 사장이 업무와 무관한 일까지 떠넘긴다고 폭로했다. 한 직원은 “중국에서 강 전 대표의 지인들이 놀러 오면 남자 직원은 종일 운전기사 노릇을 하게 했고 여직원들은 관광가이드처럼 일했다”며 “강 대표 여자친구가 플리마켓 사업을 시작하면서 디자인팀이 배너 제작, 광고 페이지, SNS 홍보 등도 도맡아야 했다”고 말했다.
강 사장은 이에 대해 “직원들 모두 근로계약서를 쓴다. 권고사직은 조직 개편으로 불가피했다”고 직원들의 주장을 부인했다. 황광수 주자모 대표는 “출판계에선 근로계약서를 따로 쓰지 않는 것이 관행”이라고 엇갈린 말을 했다. 창비, 문학동네, 민음사, 문학과지성사 등 주요 출판사들은 모두 근로계약서를 작성하고 있다.
황수현기자 so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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