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벤처기업, 中 진출 지원
창조경제 생태계 구축에 초점
시너지 효과 창출 힘 쏟기로
1883년 개항 이후 인천은 세계와 연결되는 교류와 소통의 도시였다. 21세기 들어 인천국제공항이 하늘 길을 활짝 열고, 송도국제도시 등 경제자유구역이 조성된 뒤에는 수도권의 관문을 뛰어 넘어 동북아의 중심도시로 발돋움했다. 2013년 말 녹색기후기금(GCF)이 송도에 둥지를 틀며 인천의 위상은 더욱 높아졌다.
이런 인천은 현 정부의 국정과제인 창조경제에도 지정학적 강점과 역사의 흐름을 십분 녹여낼 계획이다. 세계 경제의 중심으로 급성장한 중국과 하늘과 바다로 이어진 인천의 창조경제는 중국시장 진출의 전진기지를 지향한다. 한발 더 나아가 세계와 소통하는 혁신의 허브(Hub)를 꿈꾸고 있다.
인천의 창조경제를 완성할 파트너는 인천에서 태어나 한국을 대표하는 수송 전문기업으로 우뚝 선 한진그룹이다. 그룹 계열사인 대한항공과 진에어, 한진해운, 한진은 마치 ‘삼각편대’처럼 하늘 땅 육지에서 맹활약을 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항공기 148대로 세계 45개국 126개 도시에 취항하고 있으며, 국내 최대 해운기업인 한진해운도 170여 척의 선박으로 세계 60여개 정기항로를 운영하는 세계적인 선사다. 1945년 창업한 그룹의 모태 한진은 국내 수송분야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한진그룹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인천시와 인천지역 창조경제 생태계 기반 구축을 위한 방안을 모색 중이다. 그룹이 보유한 독보적인 항공과 물류 역량을 바탕으로 인천지역의 중소ㆍ벤처기업들이 중국을 비롯해 세계 시장으로 뻗어나갈 수 있는 기반을 닦고 지원하는 게 궁극적인 목표다.
다른 시도의 창조경제 기업 파트너들과 달리 한진그룹은 제조업에 기반을 두고 있지 않다. 한진 측은 이런 특성을 최대한 창조경제에 접목할 계획이다. 전 세계에 구축한 육해공 네트워크는 창업이나 중소ㆍ벤처기업이 세계시장을 무대로 역량을 펼쳐 나가는데 힘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국내 각 지역의 다양한 창조경제 성과물을 인천에 집적시켜 해외시장으로 내보내는 전진기지 역할도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인천의 창조경제는 한진그룹이 시너지 효과 극대화를 위해 추진해온 통합물류 체계와도 일맥상통하는 셈이다.
한진그룹은 물류 분야 전문 인력이 중소ㆍ벤처기업의 마케팅 디자인 기술 등 사업 전반을 컨설팅하고, 사물인터넷(IoT)이나 모바일 등에 기술력을 갖춘 기업과는 협업해 새로운 가치도 창출할 계획이다. 지정학적 강점을 살려 관광산업의 신시장을 개척하기 위한 마케팅에 대해서도 심도 있는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인천시와 한진그룹은 올해 6월 전 창조경제혁신센터 출범을 목표로 협의 강도를 높여가고 있다. 당초 계획은 지난 2월이었지만 다른 시도 혁신센터들과의 차별화, 세부 사업의 구체적인 실행방안 등에 대한 검토가 길어지며 출범도 지연됐다. 하지만 항공과 물류산업에서 창조경제를 추진한다는 큰 틀에는 변함이 없다.
인천시와 한진그룹은 앞으로 5년간 500억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해 창조경제를 추진할 계획이다. 시가 지난해 시드머니 20억원을 투자해 이미 100억원 상당이 모였고, 한진그룹도 독자적으로 100억원 정도의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 여기에 중소ㆍ벤처기업을 지원하는 성장사다리펀드가 매칭되면 창조경제를 추진하기 위한 기반은 더욱 탄탄해질 전망이다.
인천 창조경제혁신센터의 더딘 진척에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지만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최근 인천시청을 방문해 유정복 시장과 비공개로 면담을 가졌다. 지역사회에서는 창조경제 추진 등 굵직한 현안을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조 회장이 내보인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한진그룹 관계자는 “그룹이 갖고 있는 다양하고 축적된 물류 관련 노하우로 중소ㆍ벤처기업을 지원하며 새로운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김창훈기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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