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4대 상반기에 기종 결정
中, 한국 거점 동남아에 도전장
무기 수출로 정치적 입지 확대 전략
한국과 중국이 해외 방위산업 시장에서 처음으로 격돌한다. 태국의 차기 훈련기 도입사업을 놓고 한중 양국이 경합을 벌이는 것으로 알려져 결과가 주목된다.
정부 소식통은 26일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T-50과 중국의 J-10이 이번 사업에 참여할 것”이라며 “한중 양국이 해외에서 무기수출을 놓고 직접 맞붙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태국 정부는 27일 사업제안서 접수를 마감해 이르면 올 상반기 안에 기종을 결정할 것으로 전해졌다. 입찰에는 이탈리아의 M-346도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중 양국이 내놓은 훈련기는 각기 야심차게 개발한 기종이다. T-50은 국산 최초의 초음속 고등훈련기이고, J-10은 중국이 미국의 F-16을 모델로 개발한 다목적 전투기다. 군 관계자는 “훈련기로서의 성능과 수출 실적은 T-50이 우위에 있지만 J-10은 무장능력과 낮은 가격이 강점”이라고 말했다.
태국 정부는 이번 사업을 통해 4대의 신형 고등 훈련기를 도입할 예정이다. T-50의 경우 대당 가격이 250억원 가량이기 때문에 약 1,000억원 규모의 사업인 셈이다. 하지만 이번 사업은 규모와 상관없이 중국과의 맞대결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에 정부도 물러설 수 없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우리 정부는 동남아가 전통적으로 우리 방산수출의 거점이라는 점을 집중 부각시킨다는 전략이다. T-50의 경우 2011년 인도네시아에 16대를 수출했고, 필리핀과는 지난해 T-50을 개조한 경공격기 FA-50 12대의 수출을 계약했다. FA-50은 중동의 이라크에도 2013년 24대를 수출했다. 정부는 동남아에서 우위를 유지하기 위해 인도네시아에 국방무관과 별도로 방산협력관까지 파견한 상태다.
중국도 만만치는 않다. 중국은 올해 독일을 제치고 미국, 러시아에 이어 세계 3대 무기 수출국으로 올라섰다. 현재 동맹국인 파키스탄과 나이지리아 등 아프리카 국가, 일부 남미국가 등 세계 35개국에 무기를 수출하고 있다.
특히 중국은 정부차원의 전폭적인 지원과 물량 공세로 동남아 시장을 공략할 태세다. 미국의 영향력에 대응해 경제적 우위와 오랜 문화적 유대를 바탕으로 정치적 입지까지 확대하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김흥규 아주대 정외과 교수(중국정책연구소장)는 “중국이 자신들의 이익선을 지키고 미국과 경쟁하는데 있어 인접한 태국은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한 곳”이라며 “이번 사업의 결과는 동남아에서 중국의 안보 영향력을 확인할 수 있는 상징적 사건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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