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26일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 가입하기로 결정하면서 AIIB에 참여한 나라는 30개국을 넘어섰다. AIIB 임시사무국 사무국장을 맡은 진리췬(金立群)이 지난 22일 중국발전고위포럼에 참석해 이달 말까지 신청을 받는 창립 회원국이 35개국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곧 현실이 될 것으로 보인다.
주요국의 AIIB 가입을 막으려는 미국의 시도는 영국이 지난 12일 참여를 깜짝 선언하며 큰 타격을 입었다. 당시 조지 오스본 영국 재무부 장관은 정부 성명을 통해 “영국이 G7 중 처음으로 AIIB 멤버가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며 “영국이 아시아와 함께 투자하고 성장하는 데 더 없이 좋은 기회를 창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영국이 이처럼 AIIB 참여를 전격 결정하게 된 배경에는 미국과의 전통적 우방관계보다 경제 살리기라는 현실적 목표가 다급했기 때문이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2010년 취임 이후 대규모 사절단을 이끌고 중국을 잇따라 방문해 양국 투자협정을 이끌어내는 데 박차를 가했다.
미국 오바마 정부는 영국의 AIIB 참여 선언 직후 “영국이 중국에 협력적 태도로만 일관하고 있다”며 불쾌한 반응을 보였다. 패트릭 벤트렐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대변인은 이날 “AIIB가 거버넌스와 환경ㆍ사회안전망과 관련해 이 기준에 적합한지에 대한 우려를 갖고 있다”며 노골적으로 영국의 AIIB 참여를 비판했다. 이 같은 반응에도 불구하고 프랑스와 독일,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등 유럽 주요국들이 잇따라 AIIB 참가 의사를 밝히자 미국의 입장은 더욱 난처해졌다.
25일에는 그 동안 한국, 일본과 공동 보조를 취하며 세계은행이나 아시아개발은행 등 기존 국제기구의 위축을 이유로 AIIB 출범에 반대해왔던 호주도 참여 방침을 굳힌 것으로 전해졌다. 토니 애벗 호주 총리는 이날 “AIIB가 투명한 지배구조를 갖춰 한 나라에 의해 운영되지 않는 한 AIIB 출범과 관련한 지금까지의 진전 상황을 지지한다”며 “수일 내 최종 결정을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일본 정부는 AIIB 참가를 일단 유보하기로 했다. 25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중국측이 조직 운영의 투명성, 대출 심사의 형평성 등에 대한 확신을 주지 않았다고 판단, 일단 중국이 창설 멤버로 참가할 수 있는 양해각서(MOU) 체결 시한으로 설정한 이달 말까지는 AIIB에 참가하지 않기로 했다. 일본 정부는 AIIB 협정문이 체결될 6월 말까지 미국의 태도와 AIIB 운영체제 등을 두루 검토한 뒤 참가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신지후기자 h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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