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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조치 9호 위헌이긴 한데 "대통령 '발령'은 불법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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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조치 9호 위헌이긴 한데 "대통령 '발령'은 불법 아니다"

입력
2015.03.26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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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국가배상책임 인정 안해

유신헌법에 기초한 긴급조치 9호가 위헌이라 해도 박정희 대통령이 이를 발령한 것은 손해배상 책임이 있는 불법행위로 볼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26일 긴급조치 9호 피해자인 최모씨가 “대통령과 공무원의 불법행위로 고통을 당했다”며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심을 깨고 패소 취지로 사건을 대전지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먼저 “긴급조치 9호가 사후적으로 법원에서 위헌ㆍ무효로 선언되었다고 하더라도 유신헌법에 근거한 대통령의 긴급조치권 행사는 고도의 정치성을 띤 국가행위”라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이어 “대통령은 국가긴급권 행사에 관하여 원칙적으로 국민 전체에 대한 관계에서 정치적 책임을 질 뿐 국민 개개인과의 권리에 대응하여 법적 의무를 지지 않는다”면서 “따라서 대통령의 이러한 권력행사가 국민 개개인에 대한 관계에서 민사상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최씨는 서울대에 재학 중이던 1978년 6월 서울 신림동 하숙집에서 중앙정보부 소속 공무원에게 긴급조치 위반 혐의로 체포돼 영장 없이 20여일 구금됐다. 유신체제를 비판하는 편지를 친구에게 보냈다는 이유에서다.

대법원은 또 “중앙정보부 공무원들의 행위는 공무원의 고의 또는 과실에 의한 불법행위에 해당한다”면서도 “최씨는 긴급조치 위반으로 유죄 확정판결을 받지 않아 재심절차를 거쳐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경우가 아님에도 30년이 지나 소송을 내 손해배상 청구권이 소멸됐다”고 판단했다. 소멸시효는 피해 사실을 안 지 3년, 사건이 있은 지 10년이다.

원심은 “명백한 위헌인 긴급조치 9호를 발령한 대통령과 수사를 감행한 중앙정보부 소속 공무원들의 고의나 과실”이라며 최씨에게 200만원을 지급하라고 주문했다. 원심은 긴급조치에 대한 위헌 판결 이전에는 소송을 내기 어려웠던 점을 감안, 소멸시효가 지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지난해 10월에도 “긴급조치 위반자 모두가 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며 “수사과정 등에서 공무원 등의 불법 행위가 있어야 국가의 배상 책임이 인정된다”고 판시한 바 있다. 손현성기자 hs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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