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아파 이란 반군 쿠데타 지원
수니파 사우디 "용납 못해" 나서
오바마도 병참ㆍ정보지원 약속
하디 대통령 국외 탈출 보도도
사우디아라비아를 필두로 한 걸프협력회의(GCC) 회원국들이 예멘 쿠데타 사태를 촉발한 시아파 후티 반군을 상대로 공습을 개시했다. 후티의 배후에는 사우디의 ‘숙적’인 시아파 종주국 이란이 있다는 게 확실시 되는 만큼, 자칫 예멘이 중동 패권을 놓고 다투는 사우디와 이란의 전쟁터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BBC는 25일 아델 알주바이르 미국 주재 사우디 대사가 워싱턴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압드라부 만수르 하디 예멘 대통령의 합법적 정부와 예멘 주민들을 지키기 위해 공습을 실시한다”라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바레인 쿠웨이트 카타르 아랍에미리트 등 다른 GCC 회원국도 예멘 공습에 참여한다. 첫날 공습은 후티 반군이 점령한 예멘 수도 사나와 공항을 중심으로 이뤄졌으며, 민간인을 포함해 최소 13명이 사망했다고 AFP가 전했다.
버나뎃 미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도 사우디 공습에 군사물자와 정보 지원을 하기로 했다”며 그러나 “예멘 공습에 미국이 직접적인 군사 개입은 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예멘 남부 아덴에 피신해 있던 하디 대통령은 후티 반군이 근거리까지 진격해 오자 이날 오후3시30분쯤 예멘을 탈출했다고 AP가 보도했다. 반면 로이터는 하디 대통령이 국외가 아닌 아덴 내 또 다른 대통령궁으로 몸을 피했다고 전했다.
걸프국들의 예멘 공습의 이면엔 이 지역 복잡한 종파 갈등이 숨어있다. 후티 반군은 시아파다. 이들 반군은 수니파인 하디 정권은 물론 알카에다 아라비아반도지부(AQAP), 이슬람국가(IS)를 이단으로 생각한다. IS가 20일 자살폭탄 테러를 저지른 사나 모스크도 후티 지지 세력인 시아파가 주로 모이는 모스크였다. 2011년 아랍의 봄 열풍으로 물러났으나 아직까지 세력이 건재한 독재자 알리 압둘라 살레 전 대통령과 이란이 후티를 지원하고 있다. 후티는 지난달 6일 쿠데타를 일으켜 하디 대통령을 사나에서 축출한 후 예멘 북부를 장악한 상태다. 수니파의 맹주이자 예멘과 남쪽으로 긴 국경을 맞대고 있는 사우디로서는 예멘이 이란 영향권으로 들어가는 것을 원치 않는다.
존 알트먼 워싱턴 전략&국제연구센터 중동 담당자는 “이대로라면 예멘 사태가 걸프국과 이란과의 대리전으로 비화될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예멘은 수십 년 간 외세 파워게임의 각축장이었다. 제1차 세계대전 후 승전국인 영국이 1918년 예멘을 분리해 북예멘만 독립시키고 남예멘은 남아라비아연방에 편입시켜 계속 지배함으로써 분단의 시초를 만들었다. 아덴과 그 주변 지역은 1967년까지 영국령이었다. 분단 이후 북예멘은 왕정을 거쳐 민족주의를 지향하는 공화정을 채택한 반면 남부는 영국으로부터 독립 후 사회주의를 채택했다. 1990년 구 소련 붕괴 후 남예멘이 북쪽에 통합하는 형태로 다시 통일국가가 됐다.
이후 1990년대 후반부터 소규모 미군이 예멘에 주둔하며 알카에다 활동을 억제해 왔다. BBC는 “예멘 내전의 진짜 위험은 외부 개입”이라며 “끊이지 않는 주변 강국들의 대리전은 명분도 불분명하고 출구 전략도 없다”고 경고했다.
송옥진기자 cli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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