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목공법 강행 '무늬만 검토' 비난
광주시가 월드컵경기장 노출콘크리트 표면 보수공사 과정에서 특혜 의혹이 일고 있는 도장(塗裝) 방식의 토목공법을 그대로 쓰기로 해 논란을 더욱 키우고 있다. 특히 시는 공법의 적정성 등에 대해 재검토했으나 토목공법에 유리하게 축소ㆍ왜곡된 감사 결과 보고서를 사실상 그대로 반영한 것으로 드러나 ‘무늬만 검토’라는 비판이 나온다.
시는 26일 월드컵경기장 노출콘크리트 표면 보수공법 선정의 적정성 여부 등 재검토한 끝에 오염이 심한 부분은 입찰 당시 제안했던 도장방식의 토목공법으로 공사를 진행하되 공사 대상 면적은 3만2,779㎥에서 1만1,000㎥ 로 줄이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 외부에 직접 노출되지 않아 오염 상태가 비교적 양호한 부분(1만8,000㎥)에 대해서는 세척 후 발수제를 도포하는 방식의 일반 공법으로 공사를 하기로 했다. 시는 “이 같은 방식으로 공사를 진행하면 공사비(14억1,5000만원ㆍ설계가 기준)를 6억원 정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시의 이 같은 재검토 결과는 지난해 말 공사 입찰 당시 제안했던 토목공법에 유리하게 전문가 자문 내용 등이 조작ㆍ왜곡된 기술감사 결과 보고서를 근거로 내놓은 것이어서 신뢰성에 대한 강한 의문이 일고 있다. 실제 시는 토목공법을 적용하는 바람에 노출콘크리트 외벽 표면이 심하게 갈려 나가면서 특유의 질감과 건물 미관이 훼손되자 공사를 중단한 채 한 달 가까이 공법의 적정성 여부 등을 재검토하면서도 전문보수업체의 의견을 묻지도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게다가 일반공법이 적용될 공사 면적 중 이미 표면이 훼손된 부분에 대해선 원상 복구하지 않은 채 세척 후 발수제만 바르기로 해 “시가 보수공사가 아닌 훼손공사를 하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노출콘크리트를 최대한 원형에 가깝게 복원하겠다”던 시의 공언은 허언이 된 것이다.
시가 이처럼 석연찮은 이유를 들어 토목공법을 밀어붙이자 최근 이에 대한 비판 성명을 냈던 건축사들뿐만 아니라 시민단체도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참여자치21 관계자는 “이번 공사를 둘러싼 광주시의 행태를 보면 어떻게든 해당 토목공법으로 공사를 하려는 업자들을 밀어주겠다는 의도가 짙어 보인다”며 “그 동안 제기됐던 숱한 의혹에 대해 시가 명확한 해명을 내놓지 않을 경우 관련자들에 대한 수사를 의뢰해 진실을 밝혀낼 것”이라고 경고했다.
안경호기자 k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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