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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어 가는 것이 뭐 어때서" 당당히 외치는 2030 두 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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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어 가는 것이 뭐 어때서" 당당히 외치는 2030 두 여성

입력
2015.03.26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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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맹선호·디자이너 신인아씨

노인 삶 담은 독립잡지 '그대로' 출간

"열혈 노년세대 보면서 배움 얻었죠"

노년의 삶을 다룬 독립잡지 '그대로' 편집자 맹선호, 신인아씨는 26일 "정식 1호에 노인들의 시, 그림을 싣고 칼럼도 게재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노년의 삶을 다룬 독립잡지 '그대로' 편집자 맹선호, 신인아씨는 26일 "정식 1호에 노인들의 시, 그림을 싣고 칼럼도 게재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내가 낯이 선 오늘을 맞이하며 이러구러 사연도 많고, 일도 많이도 지나갔다. 이렇게 건강하게 아무렇지도 않게 살고 있는 나는 과연 누구인가. 일요일이면 교회 가서 감사 헌금 내면서 잘 살고 있는 건강한 노인. 일하는 사람이 되어 나는 살고 있다.’ -이발사 이덕훈 할머니의 일기

노년의 진짜 모습은 무엇일까. 통상적으로 제 몸 하나 못 가눠 도움의 손길이 절실한 약자 이미지가 떠오른다. 그런데 급속하게 노령화가 진행되고 있는 우리 사회에서 “늙어가는 것이 슬픈 것은 아니다”고 당당히 외치는 잡지가 나타났다. ‘늙음’을 긍정하는 독립잡지 ‘그대로’가 주인공이다. 특이한 건 노년의 삶과는 거리가 먼 2030세대 여성들이 직접 글을 쓰고 제작한다는 점이다.

편집자는 에디터 맹선호(35)씨와 디자이너 신인아(29)씨. “어느덧 얼굴에 주름이 하나 둘 늘어갈” 무렵이 된 두 미혼여성 눈에 비친 노인은 부정적 이미지투성이였다. ‘나이가 드는 것=불쌍한 사람’이란 등식이 맹씨 눈에 비친 노인의 자화상이었다. 맹씨는 “미디어에서 노인은 폐지를 모으며 힘겹게 살다가 외딴 방에서 고독사하거나 사고나 일으키는 골칫덩어리로 다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편견이 노인과 청년의 거리를 더욱 멀게 했다는 게 이들의 생각이다. “공공장소나 대중교통에서 우리 또래가 어르신들 근처에도 가지 않으려는 것을 목격하고 충격을 받았어요. 그만큼 세대간 벽이 높구나 실감했죠.” 신씨의 설명이다.

그래서 ‘있는 그대로’ 노년의 모습을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이런 생각에서 만든 잡지가 그대로다.

일종의 준비호 격인 ‘0호’는 지난해 11월 나왔다. 서울 성북동에서 60년 동안 ‘새이용원’을 꾸려 온 이덕훈(81) 할머니와 30여년째 을지다방을 운영 중인 박옥분(58)씨 이야기가 실렸다. 이 할머니는 30년 넘은 가위를 들고 ‘이발의 구구단’을 외는 달인이다. 한 평생 머리만 바라보니 두상을 보기만 해도 어울리는 헤어스타일이 구구단처럼 튀어나온다는 뜻이다. 이 할머니는 “정직 하나로 힘들게 살았더니 지금은 대궐같이 깨끗하게 고쳐 지은 집에서 널널하게 지낸다”고 지난날을 자랑스러워 했다. 커피에 달걀 노른자를 띄워먹던 1970년대부터 다방의 흥망성쇠를 몸소 겪었다는 박씨 인터뷰에선 연륜과 경험이 묻어났다. ‘다방 일을 한다’는 색안경에도 박씨는 “다방이 뭐 어때서? 도둑질한 것도 아니기 때문에 떳떳하다”고 외려 반문한다.

신씨는 “평범한 노년의 삶에서 성공한 사업가를 만났을 때보다 더 큰 배움을 얻었다”고 말했다. 맹씨도 “꿋꿋하고 다채롭게 살아가는 열혈 실버세대를 보면서 나의 노년을 상상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두 사람은 음반유통업과 프리랜서 디자이너로 바쁘게 살면서도 시간을 쪼개 잡지를 만들고 있다. 정식 1호는 올해 9월 발간될 예정이다.

글ㆍ사진 장재진기자 blanc@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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