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들의 일자리 문제가 심각하다. 엊그제 통계청이 발표한 고용동향에 따르면 2월 청년실업률이 11.1%를 기록했다. 외환위기로 국가 경제 및 노동시장이 초토화되었던 1999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말할 필요도 없이 우리나라 고용시장의 위기가 심각함을 보여주는 주요한 신호다. 숫자 이면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일자리를 얻지 못해 졸업을 유예한 재학 5년 이상 된 대학생이 12만명이며, 각종 시험을 준비하는 취업준비생과 스펙을 위해 무임금 노동을 감내하는 인턴 그리고 안정된 일자리를 꿈꾸며 단시간 노동에 종사하는 알바생 등도 수십만 명이다.
이러한 청년층 고용문제의 원인과 해법을 둘러싸고 사회적 논란이 만만치 않다. 정부와 경영계는 현재의 청년고용 문제 해결을 위한 근본적 해법으로 임금과 고용 경직성 해소를 핵심으로 하는 노동시장구조개혁을 주장한다. 반면 노동계는 정부가 노동시장개혁 논의를 합리화하고 노동계를 압박하기 위한 수단으로 청년고용 문제를 정치화한다고 비판한다. 아울러 문제 해결을 위한 해법으로 비정규직 종합대책 폐기와 고용안정의 제도화를 주문한다.
노사정 입장이 어떠하건 현재의 청년고용 상태가 매우 심각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사회적 논의와 노동시장의 혁신 그리고 정부의 정책적 노력이 없다면 지금의 상황이 개선될 확률보다는 오히려 악화의 가능성이 높다. 기업들이 1997년 외환위기를 계기로 정규직 채용을 핵심인력에 제한하고 있으며, 경기변동의 주기 단축과 시장의 불확실성 확대에 따라 유연성을 고용전략의 핵심으로 간주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아울러 내년부터 시행되는 정년연장도 기업의 신규채용 의지를 더욱 위축시킬 가능성이 높다.
어디부터 손을 대야 할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러나 각자의 이해관계를 내려놓고 생각해보면 해법이 없는 것도 아니다. 청년층 고용을 확대하기 위한 두 가지 핵심은 대기업과 공공기관의 채용 여력을 확대하고 중소기업 일자리의 질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일이다.
우선 대기업의 일자리 확대를 위해 노사 모두는 임금체계 개편을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 현재의 임금체계는 노동시장 이중구조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으며 노동력의 비정규화, 외주화의 주요인이 되고 있다. 임금구조의 연공성도 문제지만, 숙련이나 직무 및 직종별 차등화가 어렵다는 점도 중요한 문제다. 임금체계 개편은 청년고용 여력의 확대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가능하게 할 수 있는 유효 수단이자 유인이 될 수 있다. 무엇보다 노동계는 임금체계 개편을 임금수준 및 근로조건 불이익 변경으로 간주해 의제 목록에서 배제하지 말고 일자리 창출 및 고용안정을 위한 수단으로 고려해 적극적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청년고용 확대를 위한 두 번째 요소는 중소기업 일자리의 질을 획기적으로 개선해 구직자들의 관심을 유인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고용체제의 이중구조를 극복할 수 있는 시스템 즉, 기업을 넘어서는 근로조건 결정 및 조정체계가 구축되어야 한다. 우리나라의 고용체제는 그 어떤 나라 보다 기업 중심적이며 그것이 노동시장 분절을 초래하는 핵심 원인이 되고 있다. 대부분의 선진국은 임금과 근로조건을 전체 노동시장 수준에서 조율하는 공식ㆍ비공식의 시스템을 구비하고 있으며 그것이 노동시장의 공정성 유지를 위한 제도적 기반이 되고 있다. 요컨대, 기업중심 근로조건 결정의 시스템을 넘어서야 중소기업 노동시장의 임금 및 근로조건 개선을 기대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정부의 실효성 있는 정책적 개입이 필요하다. 고용수준의 산술적 목표에 매달려 한시성 고용사업에 의존하기 보다는 지속 가능한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지원하기 위한 정책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 우선 정부부문과 공공부문 인사관리 체계 개편을 통해 공공영역의 채용 여력을 확대하고 청년고용 할당제 등의 고용개선 조치를 활용해 청년고용의 실질적 개선을 도모해야 한다. 아울러 고령화시대에 대비한 양질의 사회서비스 일자리 창출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지난해 대학을 졸업한 사람들 가운데 약 45% 가량이 직업 없이 경제활동을 시작한 사정을 고려하면 정부는 청년고용 문제를 제1의 국정과제로 삼아 정책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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