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근(73) 한화 감독의 좌우명은 일구이무(一球二無)다. ‘다음은 없다’는 정신으로 공 하나 하나에 집중하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김 감독을 한화에서 처음 만난 이용규(30ㆍ한화)는 자신도 모르게 어느새 잊고 있었던 악바리 정신을 되새겼다. 지난 5개월간 김 감독 지휘 아래 야구에만 몰두한 결과다.
이용규는 “감독님의 야구는 1회부터 9회까지, 1구 1구가 모두 승부라고 생각한다. 공 하나를 그냥 흘려 보내는 게 없다”며 “상대 투수가 공 하나를 던져도 다 각각의 의미가 있는 것이다. 힘들지만 감독님이 늘 그렇게 해왔으니까 우리도 끝까지 집중력을 갖고 따라가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한 “그 동안 (야구를) 편하게 하려고 하지 않았나 싶다”면서 “감독님과 코치님들이 더그아웃에 앉아서도 1구, 1구를 보라는 주문을 자주 한다. 소홀했던 부분이 있었는데 감독님을 따라가려 한다”고 덧붙였다.
이용규는 2004년 프로 입단 당시 LG에서 빛을 못 봤다. 이듬해 KIA로 둥지를 옮기면서 독기를 품고 훈련량을 늘려 입지를 다졌다. 이후 승승장구하며 국가대표 외야수와 프로야구 최고의 리드오프로 거듭났고 2013시즌을 마친 뒤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어 4년 총액 60억원에 한화로 이적했다.
하지만 이적 첫 시즌이던 2014년은 좋지 않은 기억으로 남았다. 104경기에 나가 타율 2할8푼8리 출루율 3할8푼5리를 기록했다. 겉으로 드러난 성적은 나쁘지 않았으나 어깨 회전근 수술 후유증 탓에 수비를 소화하지 못했다. 그래서 지명타자로만 나설 수밖에 없었다.
반쪽 선수 타이틀은 이용규의 자존심을 긁었다. 지난해 11월 김성근 감독이 새 지휘봉을 잡자 이용규는 더욱 의지를 불태웠다.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강도 높은 훈련에 혀를 내두를 때도 많았지만 이를 악물고 버텼다. 길었던 재활도 성공적으로 마쳤다. 그 결과 지난 12일 두산과의 시범경기에서 571일 만에 중견수로 출전하기도 했다. 이용규는 당시 “수비에 나가니까 재미 있었다”며 “벤치에 있는 것보다 훨씬 좋다”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프로 데뷔 후 가장 긴 스프링캠프를 보냈다는 그는 “겨울 동안 가족을 못 보고 재활에 전념했다. 올 겨울에 한 만큼 대가는 받아야 한다. 어떤 이유든 가을 야구를 무조건 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한국스포츠경제 김지섭기자 onion@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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