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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금속 업계 "한중 FTA 재협상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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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금속 업계 "한중 FTA 재협상하라"

입력
2015.03.26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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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시장만 발효 즉시 관세 철폐

불평등한 협정에 귀금속 고사 위기"

정부, 개별소비세 등 대책 마련 부심

25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한국귀금속보석단체협의회 주최 '한중FTA 재협상 촉구 기자회견'에서 피켓을 든 참석자들이 "한중FTA로 귀금속업계의 타격이 예상된다"며 재협상 촉구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25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한국귀금속보석단체협의회 주최 '한중FTA 재협상 촉구 기자회견'에서 피켓을 든 참석자들이 "한중FTA로 귀금속업계의 타격이 예상된다"며 재협상 촉구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때문에 귀금속업계가 몸살을 앓고 있다. 관련 업계에서 중국보다 불리한 조건으로 협정을 체결하는 바람에 큰 피해가 예상된다며 집단 행동에 나섰다. 정부에서도 피해를 우려하지만 대책 마련이 쉽지 않아 진통이 예상된다.

25일 정부 및 관련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지난달 공개한 한중 FTA 양허안에서 금, 은, 진주 등이 포함된 주얼리(귀금속 및 보석 장식품)의 경우 중국보다 불리한 조건으로 협정이 체결됐다. 품목수 기준으로 한국은 8% 관세율을 즉시 철폐하는 항목이 금, 백금 등 78%였다. 나머지도 10년 내 모두 개방해야 한다. 정작 중국 수출액이 많은 귀석ㆍ반귀석 제품(관세율 35%)은 양허에서 제외됐고, 모조신변장식용품(관세율 17%), 금 제품(관세율 20%), 은제품(관세율 20%)은 20년간 균등 철폐한다.

반면 중국은 20~35%인 관세율을 즉시 철폐하는 품목이 하나도 없고, 10년 내 철폐하는 품목도 11%에 불과했다. 수입액 기준으로 따지면 중국도 10년 내에 91%를 개방하기에 10년 내에 모두 개방하는 한국과 간극이 상당히 좁혀지지만, 업계는 FTA 발효 후 10년까지 상당한 피해가 예상되는 만큼 협상 결과에 불만이 크다.

이에 주얼리업계는 정부에 FTA 재협상 등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한국귀금속보석단체장협의회는 이날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내 귀금속 시장은 FTA 발효 즉시 관세 대부분을 없애는 데 반해 중국은 고율의 관세를 장기간에 걸쳐 철폐하거나 개방에서 제외해 귀금속ㆍ보석 제조업계 및 도소매상이 빠르게 붕괴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귀금속 업계 종사자들은 30일 한시적으로 총파업하고 국회 앞 집회도 계획하고 있다.

정부는 양허에서 제외된 백금 제품 등은 최근 3년간 중국으로 수출된 적이 없고, 중국에서 많이 수입하는 목걸이, 귀걸이 등 장식용품은 10년간 단계적으로 관세를 철폐하기 때문에 불리한 협상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중국이 한국 보다 훨씬 높은 20% 관세율을 부과해 오고 있어서 단순 비교는 어렵다”며 “업계를 만나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대책 마련을 위한 피해 확인이다. 귀금속 업계가 현금 위주로 거래하기 때문에 실태를 보여줄 수 있는 관련 자료가 부족하다. 여기에 정부가 1977년부터 고가의 귀금속이나 보석 등을 사치품으로 간주해 부과하기 시작한 개별소비세와 교육세 문제도 엮여 있다. 시대가 바뀌어 개별소비세 대상에 포함됐던 TV 냉장고 등의 가전제품은 오래 전에 제외됐는데 200만원 이상인 귀금속에는 여전히 높은 세금이 부과돼 업계가 쉽사리 음성적 거래 관행을 바꾸지 못하는 구조적인 문제가 깔려 있는 것이다. 김병렬 한국주얼리산업연합회 과장은 “70, 80년대 기준에 맞춰진 개별소비세를 국민 소득 3만 달러를 바라보는 시대에 그대로 적용하는 건 무리여서 정부에 개선을 수 차례 요구했다”며 “개별소비세를 없애거나 현실을 반영해 세율을 합리적으로 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도 개별소비세 문제를 고심하고 있다. 다만, 복지비용 증가 등의 이유로 보다 많은 세수를 확보해야 하는 상황인데다 특정 업계에만 혜택을 주기도 곤란해 쉽사리 돌파구를 찾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산업부 관계자는 “개별소비세가 큰 관건”이라며 “주얼리 업계와 산업연구원 등이 참여해 주얼리산업 규모, 피해 예상규모 등을 조사하자고 제안했다”고 밝혔다.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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