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등 650명에게 땅 빌리며
계약일·종료시점 등 명시 안 돼
임대료도 시세보다 5, 6배 높아
市 "연말 연장 계약 때 보완하겠다"
경기 여주시가 현직 공무원 등이 포함된 650여명에게 4대강 준설토를 쌓아둘 땅을 빌리면서 계약일이나 임대료, 임대차인의 직인 등이 누락된 ‘엉터리’ 계약서를 작성한 것으로 드러났다. 임대료도 시세보다 5,6배 높게 책정해 200억원에 달하는 혈세를 낭비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25일 한국일보가 여주시의 적치장‘농지 임대 계약서’ 사본 십여 장을 입수해 검토한 결과 임대료와 계약일이 명시된 계약서가 단 한 장도 없었다. 일부 계약서에는 임차인인 여주시장의 직인 대신, 민간인의 도장이 찍혀있기도 했다. 임대인의 주민등록번호가 없고 주소와 이름만 있는 경우도 있었다.
이 사본들은 시가 2009, 2010년 4대강 사업으로 채취한 준설토(3,300여만㎥)를 쌓아둘 토지 230여만㎡을 확보하면서 시청 A과장(6,725㎡) 등 토지주 650여명과 맺은 계약서 가운데 일부를 복사한 것이다. 계약서는 다섯 개 조항으로 이뤄져 있으며, ‘임대액을 토지보상평가 지침에 의해 산정해 매년 9월 30일 현금으로 지급한다’는 게 골자다. 계약기간은 6년이나 계약일이 없어 종료 시점이 언제인지 불분명했다.
시는 이 계약서를 근거로 2010년 4월쯤 서울에 있는 감정평가기관 두 곳을 선정, 1억8,000여만 원을 들여 대상 토지에 대한 감정평가를 실시한 뒤 두 기관의 평균치인 3.3㎡당 6,300원을 임대료로 지급하고 있다. 계약 전 평가해 계약서에 담았어야 할 임대료를 계약을 맺은 뒤 매기는 뒤바뀐 행정을 한 것이다. 시가 이런 과정을 거쳐 A과장 등 임대인들에게 준 임대료만 지난해 말까지 무려 242억여 원에 이른다.
임대료 수준도 시세의 5배가 넘을 정도로 과다하다고 시의회는 지적하고 있다. 시의회 김영자(가선거구) 부의장은 부동산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해 적정 임대료를 분석한 결과, 당시 시세는 3.3㎡당 1,100~1,300원대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김 부의장은 “시가 40억~50억원만 주면 될 임차료를 물쓰듯 낭비한 셈”이라며 “누구의 지시였는지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시는 현재 건설경기 침체 등으로 준설토가 팔리지 않아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난해 말까지 판매계약 된 물량은 전체 28%인 930여만㎥(584억여원)에 불과했다. 시는 적치장 임대료 말고도 유지ㆍ관리에만 100억원 넘게 투입한 상태다.
시 관계자는 “계약서 일부에 날짜가 명확하게 기재되지 않은 것 등은 연말 연장 계약을 하면서 보완하겠다”고 해명했다. 적치장 토지 선정 기준 등에 대해선 “접근성 등을 고려해 내부적으로 정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명식기자 gij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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