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간 12억원 중 9억3000만원, 도로개설·교량가설·야유회비로 사용
부실심사로 지원대상 선정되기도, 자기 밭에 관정 굴착 공무원도 적발
연간 1만명 이상의 체험객이 찾는 우수생태마을로 유명한 경북 영양의 한 산골마을이 불투명한 보조금 집행으로 파문에 휩싸였다. 특히 영양군청 한 간부공무원은 자기 땅에 수천만원의 혈세를 투입해 관정을 판 사실도 드러났다.
경북지방경찰청은 국고보조금을 부적절하게 집행한 혐의(사기 및 업무상배임) 등으로 영농조합대표와 마을주민, 영양군청 공무원 5명 등 모두 25명을 불구속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영양군 A영농조합 대표 B(52)씨 등 마을 주민들은 2008년 5월부터 2013년 12월까지 경북도가 실시하는 ‘부자마을 만들기’사업 지원대상 등으로 선정돼 지원받은 국가보조금 12억원 중 9억3,000만원을 부적절하게 집행했다.
이 중 5,000만원은 애초에 지원대상으로 선정될 수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담당공무원의 묵인 내지 과실로 인해 선정된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해당 공무원 C씨는 “당시 서류를 제대로 살피지 못해 그런 일이 벌어졌다”며 고의성을 부인했다.
B씨 등은 지원받은 보조금을 목적과 달리 마을 도로개설이나 교량가설 등에 임의로 집행하다 적발됐다. 또 일부 보조금은 마을 주민들과 지리산 여행 경비 등에 사용했다.
특히 영양군 공무원 D(57)씨는 관정개발사업담당 직원에게 지시해 자신 소유의 밭에 2,900만원을 들여 관정을 팠다가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입건됐다.
문제가 된 마을은 일월산 자락의 한적한 산골마을로, 경북도의 부자마을 만들기 지원사업 등으로 황토펜션과 농산물판매장, 발효식품 가공공장 등의 소득증대 기반시설을 구축했다. 자연치유생태마을로 유명해지면서 전국에서 연간 1만2,000명 이상이 다녀가고 있다. 2010년엔 환경부로부터 우수생태마을로 선정되기도 했다.
B씨 등은 “10억원에 가까운 돈을 사적으로 사용했다면 벌써 구속됐을 것”이라며 “10여년 전 귀촌해 농가별 연소득이 500만원이 채 안 되는 것을 보고 소등증대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일부 규정을 위반한 것 같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개인적으로 사용했는지는 확인하지 못했지만 보조금을 마치 마을잔치처럼 나눠 쓴 것으로 보인다”며 “국고보조금 횡령은 어떤 이유로도 용납할 수 없는 범죄로, 규정대로 투명한 집행이 이뤄질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단속하겠다”고 말했다.
배유미기자 yu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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