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간 운영된 은정초 공부방 폐쇄 위기
학교 내 돌봄교실 생겨 전환 요구
전인적 교육 불가능한 행정편의적 발상
저소득층 아이들을 위해 운영되던 서울 양천구 은정초등학교 내 메트로 공부방이 15년만에 폐쇄위기(본보 2014년 7월 1일자 10면)에 처했다. 학교에서 시작하게 된 돌봄교실로 편입하라는 건데 공부방 측은 아이들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행정편의적 발상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25일 서울메트로 직원들에 따르면 은정초등학교는 학교 건물 안에서 운영되던 공부방의 열쇠를 바꾸고 전기와 수도를 차단하며 철거를 요청했다.
메트로공부방은 외환위기 이후 이 지역에 결식 아동들이 늘자 2001년부터 신정차량기지 직원들이 식권을 모아 아이들의 끼니를 챙겨 주며 시작됐다. 이후 차량기지 직원 400여명이 3,000원~1만원씩 후원금을 모았고 은정초는 교실을 제공했다. 지역 복지관도 아이들을 돌보는 데 도움을 주며 15년동안 운영돼 왔다. 특히 메트로 공부방은 돌봄교실과 달리 무료로 주말이나 방학에도 갈 곳이 없는 아이들을 돌봤다.
문제는 지난해 은정초에 돌봄교실이 생기며 촉발됐다. 학교측은 이 시설이 비인가시설이며 방과후 교육에 대한 안전문제가 발생했을 때 책임을 질 수 없다는 이유로 지난해부터 철거를 요구해 왔다. 또 학교에 돌봄교실이 생긴 만큼, 공부방의 아이들이 이곳으로 편입돼야 한다는 것이다.
은정초 관계자는 “학교에서 법적으로 인가되지 않은 시설을 운영하는 것은 부담스럽다”며 “폐쇄는 아니고 돌봄교실 형태로 전환 하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여철 공부방 운영위원장은 “저소득, 결손가정 아이들을 매일 저녁까지 먹여 돌려보내는 등 전인적인 교육을 해 왔는데 형식적인 돌봄교실로 전환하라는 것은 행정 편의적 발상”이라며 “돌봄교실에 갈 형편조차 안 되는 아이들을 위해 구청과 학교가 조율해 공부방을 유지할 수 있게 해 달라”고 호소했다.
정지용기자 cdragon2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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