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원복 찢어지고 발레복 젖어"
엄마, 운전기사 범인으로 지목
경찰 "원복 갈아입는 과정서 발생
혐의점 찾기 힘들다" 불기소 송치
학부모들 "경찰 못믿어" 집회 계획
요즘 경기 고양시 일산의 학부모들 사이에선 유치원 여아의 성추행 사건이 가장 큰 화제다. 고양시의 한 유치원에서 5세 여아가 성추행을 당했다는 주장이 일파만파 퍼지며 지역사회에 큰 파문이 일고 있다. 경찰이 최근 사실무근이라는 조사결과를 내놓았지만 그 결과를 믿지 못하겠다는 주장이 더욱 확산되며 진실게임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고양시 일산동구 모 유치원에 다니는 A(5)양의 엄마는 지난해 10월말 경기경찰청 제2청 성폭력수사대에 A양이 성추행을 당했다며 수사를 의뢰했다. 엄마는 A양이 지난해 10월 6일 원복을 찢긴 채 집에 돌아왔고, 같은 달 20일에는 젖은 발레복을 가지고 집에 왔다며 유치원 통학차량 운전기사 B씨를 성추행범으로 지목했다. 원복은 B씨가 성추행 과정에서 찢어졌고, 발레복은 B씨가 또 다른 성추행을 하려는 과정에서 놀란 A양이 자신도 모르게 소변이 나와 젖었다는 것이다. A양 엄마는 “지난해 4월부터 유치원에 아이를 맡긴 후부터 스타킹이 찢어졌거나 멍이 들고 뺨이 부어 집에 와 아동상담센터에서 상담을 해보니 지속적인 학대가 있던 것을 알게 됐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경찰은 그러나 오랜 조사 결과 혐의점을 찾기 힘들다며 B씨를 불기소 의견으로 25일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은 성추행 의혹시점인 지난해 9월과 10월 유치원 폐쇄회로(CC)TV 16대의 내용을 분석한 결과 B씨는 물론 6명의 다른 운전기사들도 아이들 공간을 출입하는 모습이 없다고 밝혔다. 또 A양의 기저귀에서 발견된 타액 성분에서 나온 DNA도 아빠의 것으로 확인됐다. 찢어진 원복도 A양이 혼자 옷을 갈아입다가 발생한 일로 밝혀졌다.
경찰은 지난해 10월부터 이달 초까지 6차례에 걸친 A양의 진술조사에서 엄마가 성추행이 있었다고 말하라며 A양의 진술에 개입하고, 엄마 역시 성추행 용의자를 바꿔 지목하는 등의 모습을 보인 점에서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했다. A양은 10월말 유치원을 그만 둔 이후 전업주부인 엄마와 함께 외부활동 없이 집에서 생활하고 있다.
아동성폭력 상담기관인 경기북서부해바라기센터가 경찰 조사기간 동안 4차례 진행한 A양 면담 결과도 ‘구체적인 묘사가 없다’는 결론이다. 교육청 역시 성추행으로 볼 수 있는 증거들이 없는 만큼 해당 기관에 대한 징계 등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일산지역 학부모들의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경찰 조사 결과 등에 대한 불신이 더욱 깊어지며 의혹이 되레 확산되고 있다. 일산에 산다는 김모(34ㆍ여)씨는 “성추행 상황에 대한 아이의 진술이 너무나 상세해 직접 당하지 않고는 묘사할 수 없는 내용이라 수사 결과를 믿을 수 없다”고 말했다.
최근엔 문제의 유치원과 같은 재단인 고양시의 다른 유치원에서 2010년 발생했던 유아 및 여교사 성추행사건의 피의자 C씨가 이번 일도 저질렀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또 문제의 유치원을 비롯해 10여 개의 유치원과 학교 등을 거느린 D재단이 포털사이트 등에 관련 글이 게재되지 못하도록 압력을 행사했다거나, 유치원 관계자가 유력 정치인과 인척이라는 등의 소문들도 퍼지고 있다.
경찰은 C씨가 2010년 이후 D재단이 운영하는 시설 어디서도 근무하지 않았으며, 이번 일과 전혀 상관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회원수가 15만명인 온라인 커뮤니티 ‘일산아지매’의 일부 회원들을 비롯해 지역 학부모들은 재조사를 촉구하는 집회를 준비하고 있다.
이태무기자 abcdef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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