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위원회 연 50만달러 후원금, 유목민 자녀 교육·식수 개선에 쓰여
"원조 받다가 주는 한국은 롤모델"
“한국 덕에 몽골 유목민 자녀들을 위한 유치원이 활성화될 수 있었습니다. 정말 감사 드립니다.”
한국과 몽골의 협력을 다지기 위해 방한한 로베르토 베네스(Roberto Benes) 유니세프 몽골 사무소 대표는 24일 서울 종로구 유니세프 한국위원회 사무실에서 가진 인터뷰 내내 “Thanks to Korea”를 연발했다. 유니세프 한국위원회에서 지원해주고 있는 성금이 몽골 아동들의 위생과 교육 환경을 개선하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는 것.
베네스 대표는 특히 몽골 유목민 자녀들을 위한 이동식 유치원이 운영되고 있는 것을 가장 높이 평가했다. 그는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의 유목민 자녀들은 정기적인 이동으로 체계적인 교육을 받을 기회가 없었는데 이동하는 유목민을 따라 게르(gerㆍ이동식 텐트) 형태의 유치원이 생기면서 교육이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의 후원으로 이동식 유치원 설치가 본격화돼 현재 97개의 이동식 유치원에서 3,000여명의 아이들이 혜택을 받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동식 유치원은 ‘스쿨스 포 아시아’(Schools for Asia) 캠페인의 일환으로 유니세프 한국위원회가 몽골 사무소에 연간 50만달러(약 5억원)씩 지원하는 자금으로 운영되고 있다. 스쿨스 포 아시아 캠페인은 2010년 말 교육도구 사업가였던 박양숙(89)씨가 유니세프 한국위원회를 찾아와 아시아 어린이 교육사업을 위해 써달라며 100억원을 쾌척해 만들어진 프로그램이다.
한국 측 지원금은 식수 개선 사업에도 사용되고 있다. 베네스 대표는 “식수 공급을 위한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 보니 5세 미만 영유아가 사망하는 이유 중 3위에 더러운 물을 마셔 걸리는 설사병이 들어 있다”며 “한국의 지원으로 깨끗한 물을 마실 수 있는 시설들을 갖춰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베네스 대표는 또 해외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주는 나라로 전환한 한국을 몽골의 롤모델로 삼고 있다고 했다. 한국은 저개발국 시절이던 1950년부터 93년까지 유니세프 본부의 도움 받다가 94년부터는 선진국형 국가위원회로 전환해 타국에 도움 주고 있다. 그는 “한국이 전쟁을 치르는 등 힘든 상황을 겪었는데도 단기적으로 큰 경제적 발전을 이룰 수 있었던 데에는 교육에 대한 투자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며 “저 역시 이를 교훈 삼아 몽골 어린이들의 교육 보건 위생 분야에서 성과를 내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한국과 몽골 간의 교류를 증진시키는 것도 그의 목표다. 유니세프에서 일하는 한국인 직원을 아내로 두고 있어 한국을 제2의 고향으로 생각한다는 그는 “자연환경, 문화 등 공유할 게 많은 두 나라가 앞으로 더 많은 교류를 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탈리아 출신인 베네스 대표는 1998년 유니세프 에노첸티 연구소의 연구원으로 입사해 유니세프 중동ㆍ북아프리카 사무소 사회정책 지역자문관 등을 거쳤다. 또 2004년 인도네시아 쓰나미 사고 당시 인도네시아 사무소에서 근무하며 쓰나미로 가족과 떨어지게 된 아이들이 헤어진 가족을 만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등 아동보호에 앞장섰다. 몽골 사무소 대표로는 지난해 9월 부임했다.
“그간 6개국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데, 가는 곳마다 한국 국민의 성원과 지원이 있어서 고마움을 많이 느꼈습니다. 몽골 서부 지역에는 학교가 부족한데 배움의 기회를 갖지 못하는 학생들이 없도록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채지선기자 letmeknow@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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