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측근의 비위 행위를 감찰하는 특별감찰관 제도가 본궤도에 오르게 됐다. 특별감찰관 1호로 지명된 이석수 후보자에 대한 청문보고서가 그제 여야 합의로 채택됐다. 지난해 3월 관련법이 통과됐으나 후보자 선정을 둘러싼 여야의 신경전 끝에 1년 만의 늑장 출범이다.
검찰과 달리 권력의 영향에서 벗어나 대통령 친인척과 측근 비리를 파헤칠 수 있다는 점에서 특별감찰관제 시행은 의미가 깊다. 역대 정권치고 대통령의 가족이나 친인척, 측근 때문에 곤욕을 치르지 않은 경우가 없었다. 하지만 권력의 위세가 한창일 때는 손대지 못하다 힘이 빠진 뒤에야 여론에 밀려 처벌하기 일쑤였다. 친인척과 측근을 감시하고 견제해야 할 대통령 민정수석실과 사정기관은 정권의 눈치를 보느라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그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할 임무가 특별감찰관에게 주어져 있다. 이 후보자는 청문회에서 약속한 대로 법과 원칙에 따라 임무를 수행함에 있어 어떠한 성역과 금기도 허용해서는 안 된다.
이런 기대에도 불구하고 벌써부터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이 적지 않다. 현재 감찰 대상은 대통령의 배우자 및 4촌 이내 친족, 수석비서관 이상 공무원으로 한정돼 있다. 이러면 ‘정윤회 문건’당시 문제됐던 청와대 실세비서관 3인방처럼 직급이 못 미치면 비위의혹이 있어도 감찰을 할 수가 없다. 정윤회씨 같은 경우도 마찬가지다. 장관들과 주요 권력기관장도 대상이 아니다. 임기 3년간 아무 일도 못하고 예산만 축낼 수 있다는 일부의 지적이 지나쳐 보이지 않는다. 오죽하면 새누리당이 지난 1월 이완구 당시 원내대표가 국무총리와 국무위원을 포함한 장관급 이상 공무원 등으로 감찰대상을 넓히는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겠는가.
수사권과 기소권이 부여되지 않은 것도 한계다. 자료조사와 청문조사만 할 수 있는데다,
범죄 혐의가 드러나도 검찰에 고발만 할 수 있어 자칫 모양만 그럴 듯한 허수아비로 전락할 지 모른다는 우려도 있다. 감사원 수준의 조사권한 만으로 권력 핵심부에 있는 이들에 대한 수사가 제대로 되리라고 기대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감찰의 개시와 종료 즉시 그 결과를 대통령에게 보고한다고 규정된 것도 논란거리다. 대통령이 특별감찰관의 실질적 독립성을 보장하지 않을 경우 심기를 거스르면서까지 수사를 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특별감찰관 성패의 관건은 정치적 중립성과 직무 독립성 보장에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대통령의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박근혜 대통령이 훗날 가족이나 측근들 비리로 후회하지 않으려면 특별감찰관의 권한을 확대하고 철저히 독립성을 지켜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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