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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귀열 영어] Digital Words or netymology (디지털 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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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귀열 영어] Digital Words or netymology (디지털 언어)

입력
2015.03.25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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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d Play (재미있는 말)

옷감 중에 Wash and Wear가 있다. 빨아서 곧바로 입을 수 있는 옷인데 동사 두 개를 합쳐 명사로 쓴 경우다. 최근 컴퓨터 기기나 디지털 제품 중에 몸에 착용 가능한 것이 많아지면서 wearable이나 hearable이 자주 쓰인다. 형용사임에도 ‘몸에 부착 가능한 디지털 기기’나 ‘귀에 부착 가능한 기기’라는 명사로 쓰이는 것이 눈길을 끈다. 디지털 기기의 smart 기능은 새로운 용어로 파생되고 있고 언어는 기술을 숙명적으로 담아낸다.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Necessity is mother of invention)’가 아니라 ‘필요는 신조어의 어머니(Necessity is mother of new words)’다. 여기서 smart하다는 것은 ‘머리가 명석한’ 같은 사전적 풀이가 아니라 ‘컴퓨터 기능이 부가된’의 뜻이다. 앞으로 컴퓨터 기능이 들어간 기기가 수 없이 쏟아져 나올 것을 감안하면 유사한 디지털 용어는 더욱 많아질 것이다.

원래 hearable같은 형용사가 명사로 쓰인 이유는 기업들이 제품을 고객에게 단번에 각인시키기 위해서였다. in-ear devices나 smart ear devices처럼 고전적 풀이와 조합으로 어구를 만들면 소비자에게 호소력도 적고 단박에 알아보기가 어렵기 때문에 신어(neologism)가 등장한 것이다. 지금까지 귀에 꽂고 사용하던 기기의 명칭을 보면 earbuds나 earpieces, Apple사의 earpods이 있었고 청각 장애자용 보청기 hearing devices, hearing aids도 있었다. 그 와중에 유럽 국가에서는 자국어로 intelligent earphones, smart listening devices같은 어구를 만들어 썼지만 hearable같은 새로운 단어 용례가 나오면서 자연스럽게 묻히게 된다.

어색하고 생소한 단어 nearable의 탄생은 새로운 기기의 등장과 대중성 때문이다. 스마트 폰을 가까이 대면 카드 결제가 이뤄지는 NFC(Near Field Communications) 기능이나 Bluetooth 기기처럼 10m내외의 기기간 통신이 가능해지면서 ‘가까이에서 통신이 가능한 기기’의 발전으로 nearable 같은 신조어가 필요해졌다. 디지털 숫자에서도 zero가 몇 개인지 보통 사람은 분간도 어렵지만 업계에서는 mega-(0이 6개), giga-(9개), tera-(12개), peta-(15 개), exa-(18개) 등이 사용되면서 정신이 없을 지경이다. 필요에 따라 무한 증식하듯 디지털 언어는 품사도 파괴하고 편리를 향해 무한 재생산된다. ‘문자가 있었느냐 없었느냐’를 기준으로 선사시대와 역사시대를 구분했다면 이제는 digital era와 pre-digital era 혹은 analog와 digital를 구분한다. 생쥐(mice)의 복수형이 mouse인데 이제는 mouse 하면 당장 컴퓨터 주변기기가 먼저 떠오른다. 생쥐의 복수형은 mice나 mouses 모두 가능하다는 상식이 더 중요해진 것이다. 모두가 디지털 시대의 언어 발전이고 변화의 현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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