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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핵 보유국이라니, 신중해야 할 여당대표 언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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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핵 보유국이라니, 신중해야 할 여당대표 언행

입력
2015.03.25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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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북한을 핵 보유국으로 봐야 한다”고 밝혀 파문을 일으켰다. 김 대표는 그제 부산 해양대학교에서 열린 ‘청춘무대 김무성 토크쇼’에서 “세계적으로 핵실험을 두세 번 하면 핵 보유국으로 인정한다”며 “현재도 북한은 남쪽을 향해 핵전쟁을 일으킬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문제는 북한 핵을 어떻게 방어하느냐는 것”이라며 “정치ㆍ외교적으로도 해결해야 하지만 만약의 경우에 대비해 방어 무기체계를 갖추는 것은 생존권이 걸린 문제”라고 밝혔다.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ㆍ사드)체제 도입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북한의 핵 보유를 기정사실화함으로써 핵 전쟁 위협을 환기한 셈이다.

안보ㆍ대북 정책과 직접 관계없는 인물이라면 얼마든지 그런 견해를 밝힐 수 있다. 그러나 정부 정책과 결코 무관할 수 없는 집권여당 대표의 발언이라면 얘기가 다르다. 북한을 ‘핵 보유국’으로 보는 것은 정부의 공식입장과 어긋나는 것은 물론이고 비핵확산 정책을 고수해 온 미국의 입장과도 정면으로 배치된다. 아무리 학생들을 상대로 사드 도입의 필요성을 알기 쉽게 밝히기 위해서였다지만, 국민에 널리 알려져 커다란 파문을 일으킬 말을 자제하지 못한 것은 무신경했다.

안보ㆍ외교 문외한도 아닌 그가 ‘핵 보유국’의 국제정치적 의미를 모를 리 없다. ‘핵 보유 가능성이 있다는 것’과 ‘핵 보유국으로 인정하는 것’과는 하늘과 땅 차이다. 북한을 핵 보유국으로 인정할 경우 당장 6자 회담을 비롯해 북한 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모든 국제적 노력이 무의미해진다. 더욱 걱정스러운 것은 북한이 대남 무력공격을 감행할 경우 미국이 한국 방어를 위해 자동 개입한다는, 대북 안보의 기본 구상에 커다란 구멍이 뚫릴 가능성이다. 유사시 미군의 자동개입을 끊임없이 다짐해온 미국이지만, ‘핵 보유국’과의 전쟁에까지 선뜻 나서기에는 현실적 어려움이 따른다. 북한 핵 개발의 궁극적 노림이 한미방어체제의 와해일 수도 있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은 귀를 기울일 만하다. 미 행정부의 참전 결정은 그때마다 의회에서의 수권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점에서 결국 여론에 달렸다. 이런 우려는 제1야당이 김 대표 발언을 비판하면서 지적한, 일본의 핵 무장 주장에 빌미가 되고 한국 내 핵 무기 배치 주장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와도 차원이 다르다.

이런 중차대한 함축에 비추어 정부의 안보ㆍ대북 정책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적어도 그렇게 비쳐온 여당 대표라면 이런 중대한 문제에 관해서는 말을 아끼거나 에둘러야 했다. 그게 쉽지 않다면 정치지도자로서의 역할을 감당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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