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감위의 '사행산업 전자카드제' 불법 시장에 풍선효과 우려 커
세금 누수 등 면밀한 검토 필요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이하 사감위)가 추진 중인 사행산업 전자카드제 도입이 오히려 불법도박시장을 양산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자카드제란 경마장, 경륜, 경정, 스포츠토토, 카지노 등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지금처럼 현금을 사용하지 않고 사전에 개인의 신상정보가 입력된 카드에 일정 금액을 충전한 뒤 사용하는 것을 의무화하는 제도다. 이용자가 1인당 배팅 한도액을 초과하면 사행시설을 이용하지 못하도록 하고 구매기록을 조회하면서 도박 중독에 빠지지 않도록 하려는 취지가 담겨있다. 지난달 23일 사감위는 제83차 사감위 전체회의를 열고 ‘2018년 전자카드 전면시행(안) 및 올해 전자카드 확대시행 권고안’을 확정해 관련업계에 통보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관련 업계의 강한 반발과 부작용을 고려해 제도 도입에 대해 이달 30일 재논의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문제는 전자카드제 도입이 불법도박의 양산을 막고 사행사업시장을 합법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만능책이 아니라는 점이다
오히려 전자카드제로 인해 합법적으로 투표권을 구매하던 이용자들이 불법도박시장으로 이탈하는 풍선효과가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 맹점이다. 전자카드를 일일이 발급 받아야 하는 불편뿐만 아니라, 카드 등록을 위해 신분을 노출하는 것에 대해 거부감을 느끼는 이용자까지 불법 시장으로 흘러들 수 있다는 의미다. 한국규제학회가 지난해 조사한 바에 의하면 경륜, 경정 고객 중 42.7%가 전자카드가 도입되면 경마를 포함해 합법 사행산업을 이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2013년 한국행정연구원의 전자카드제 관련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합법적인 투표권 이용자 1,509명 중 전자카드제가 도입되면 불법 사이트를 이용하겠다는 응답이 38.44%에 달했다. 전자카드라는 번거로운 과정을 거치느니 오히려 접근성 좋고 배당률이 훨씬 높은 불법 도박시장을 택하겠다는 뜻이다.
불법 도박시장의 유혹이 그만큼 달콤하기도 하다. 합법적으로 투표권을 구매하는 이용자들을 언제든지 흡수할 준비가 되어 있다. 상품이 다양한데다가, 금액 상한선도 정해져 있지 않기 때문에 원하는 대로 배팅을 할 수 있다.
실제로 합법적 사행산업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면 불법도박시장의 규모가 커지기도 했다. 사감위가 2012년 불법도박시장 실태를 조사한 바에 따르면 2008년 53조원에 이르던 불법도박시장의 규모는 2012년 75조원으로 커졌다. 액수로는 22조원이나 늘어난 수치다. 매출총량, 영업장수, 구매 상한액, 온라인베팅 규제 등 합법시장에 대한 각종 ‘억압책’이 시행된 사이에 불법 시장이 41.5% 가까이 커진 셈이다.
불법 시장이 커지면 그만큼 합법 시장에서 거둬들이는 세금수입도 줄어들게 된다. 한국마사회, 국민체육진흥공단 등 전자카드제 도입 대상기관은 일제히 “전자카드제 전면도입은 불법 도박시장의 팽창에 따른 지하경제 확대로 대규모 세수 누수, 국가재정의 손실, 관련 산업의 붕괴는 물론 대규모 정리해고 등 심각한 사회적 부작용을 발생 할 수 있는 만큼 보다 면밀한 분석과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한국마사회는 전자카드를 도입할 경우 특별적립금이 2015년 1,276억원, 2016년 978억원, 2017년 154억원으로 점차 줄어들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현주기자 memor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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