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위대 국외활동 범위 확대 눈앞
미일 군사동맹 가속에도 소극 대응
"사드 논란처럼 실기할라" 우려
일본이 자위대 역할 강화를 위해 안보 족쇄를 속속 풀고 있지만 한국 외교부는 소극적 대응으로 일관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일본의 움직임이 미일 방위협력지침(가이드라인) 개정으로 연결될 경우 한반도 안보에도 영향을 미칠 중대 사안이지만 외교부의 대응은 눈에 띄는 게 없기 때문이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배치 논란처럼 ‘조용한 외교’만 앞세우다 실기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일본 연립여당인 자민당과 공명당은 20일 자위대의 국외 활동 범위를 확대하는 안전보장법제 개정 방안에 합의했다. 일본이 직접 공격 받지 않아도 자위대가 동아시아 이외 지역에서도 미군 호주군 등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하고, 무력 행사를 구체화하는 항구법(恒久法) 제정, 주변사태법 개정 등이 가시권에 들어온 것이다.
일본 자민당은 5월 중순 각의를 거쳐 법안을 국회에 제출하고 6월까지 통과시킨다는 로드맵도 공개했다. 유사시 미군과 일본 자위대의 역할 분담을 담은 가이드라인 개정도 준비 중이다. 4월 말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미국 방문과 맞물려 일본이 군사대국화, 보통국가화 행보에 속도를 내는 형국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한국 정부는 조용한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지난해 초부터 일본의 자위대 역할 강화 논란이 이어졌지만 지난해 5월 일본 내 방위안보 논의를 우려하는 외교부 대변인 논평이 나온 이후 공식 논평은 없었다. 일본이 독도, 위안부 문제로 도발을 할 때마다 강력히 반발하며 비판 논평을 내던 대응과도 비교된다.
20일 일본 연립여당이 안보법제화 방안을 확정했는데도 다음날 열린 한일 외교장관회담에서 이를 구체적으로 논의하지도 않았다는 게 외교부 설명이다. 윤병세 장관은 “일본의 방위안보 논의 과정은 평화헌법 정신을 견지하면서 투명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원론적 입장만 되풀이한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부 국방부 등이 참여하는 한일 안보정책협의회 개최 시기도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노광일 외교부 대변인은 24일 “한반도 안보 및 우리 국익에 영향을 미치는 사안은 우리의 요청 또는 동의가 없는 한 결코 용인될 수 없다는 게 정부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한미일 동맹 강화 목표 때문에 우리 정부가 미일 군사협력 강화 추세, 일본의 군사대국화를 제어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진창수 세종연구소 국제정치경제연구실장은 “우리가 반발한다 해도 미일동맹 강화를 위한 유사사태 논의를 막기 어렵다”면서도 “한일 안보 현안의 기술적 문제를 면밀히 살피고 협의하면서 국민을 설득하고 국제사회 여론을 환기시킬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정상원기자 ornot@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