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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한의 '미스테리 막장월드' 전격 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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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한의 '미스테리 막장월드' 전격 해부

입력
2015.03.25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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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생 비밀·어이없는 죽음 반복

시청률 떨어진다싶으면 느닷없이 황당 요소 끼어넣기

시청률 보장 되니 광고 붙고, 회당 2000만원 이상 주며

방송계는 욕먹으면서도 다시 써

시청자가 무소불위 권력 준 셈

임성한 작가는 집필하는 드라마마다 논란을 불러 일으켜왔다. ① MBC '압구정 백야'에서는 육선지(백록담)가 중전마마로 분장해 친구들과 만나는 황당한 설정을 내보냈다. MBC 제공 ② SBS '신기생뎐'에선 남자의 복근을 빨래판으로 활용하는 장면을 연출했다. SBS 제공 ③ MBC '압구정 백야'는 주인공 조나단(김민수)을 조폭과 싸워 죽게 만들기도 했다. ④ MBC '보석 비빔밥'은 치매를 앓던 엄마가 딸의 결혼식장에 가다가 죽음을 맞아 유체이탈하는 섬뜩한 모습을 여과 없이 방영했다.
임성한 작가는 집필하는 드라마마다 논란을 불러 일으켜왔다. ① MBC '압구정 백야'에서는 육선지(백록담)가 중전마마로 분장해 친구들과 만나는 황당한 설정을 내보냈다. MBC 제공 ② SBS '신기생뎐'에선 남자의 복근을 빨래판으로 활용하는 장면을 연출했다. SBS 제공 ③ MBC '압구정 백야'는 주인공 조나단(김민수)을 조폭과 싸워 죽게 만들기도 했다. ④ MBC '보석 비빔밥'은 치매를 앓던 엄마가 딸의 결혼식장에 가다가 죽음을 맞아 유체이탈하는 섬뜩한 모습을 여과 없이 방영했다.

‘대체 어디까지 가나 보자!’ 시청자들에 의해 ‘막장의 대가’ ‘데스노트의 끝판왕’으로 불리며 방송계 퇴출 운동까지 벌어졌던 임성한 작가, 그녀의 작품은 전파를 탈 때마다 논란이 되지 않은 적이 없다. 현재 방영 중인 MBC 일일극 ‘압구정 백야’도 마찬가지다. 방송사 예능국을 중심으로 남녀의 로맨스를 그린다더니 결국 버려진 딸이 친어머니에게 복수하는 내용이 중심 축이다. 임 작가의 트레이드 마크나 다름없는 출생의 비밀로 말미암아 벌어지는 에피소드는 너무도 뻔해 언급하기가 귀찮을 지경이다. 그럼에도 그녀의 고집은 대단하다. 극중 인물을 황당하게 죽여 배우를 하차시킨 MBC ‘오로라 공주’의 ‘데스노트’ 수법을 ‘압구정 백야’에도 적용해 조나단(김민수)을 어이없게 죽음으로 내몰았다. 그것도 모자라 까딱하면 노래나 춤 장면이 등장하고, 점을 보거나 꿈을 해몽하는 장면도 수두룩하다. 임 작가는 왜 그녀만의 세계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는 걸까. 임 작가의 미스터리한 세계를 짚어봤다.

라제기기자(라)= ‘압구정 백야’는 워낙 그 전 작품인 ‘오로라 공주’나 SBS ‘신기생뎐’이 하도 욕을 먹어서 시작이나 할 수 있을까 싶었다.

강은영기자(강)= SBS는 ‘신기생뎐’ 하면서 극중 아수라가 눈에서 레이저 쏘는 장면 등으로 난리가 났었다. SBS는 시청자들에게 엄청 욕을 먹고, 더 이상 막장 드라마는 하지 않겠다고 선언까지 했었다.

고경석기자(고)= 하지만 방송사 입장에선 관심 없는 드라마보다 시청자들이 욕하면서 보는 작품이 좋을 것이다.

라= 거슬러 올라가 보면 임성한 작가가 이렇게까지 막장은 아니었다. MBC ‘보고 또 보고’ 는 그렇게까지 논란을 낳지 않았다.

강= ‘보고 또 보고’는 당시 겹사돈에 대한 소재를 처음 가져와 사회적으로 이슈가 됐고, 당시에 ‘우리도 겹사돈’이라는 시청자들이 많았다.

라= ‘오로라 공주’에서는 ‘데스노트’가 문제가 됐다. 박영규나 손창민, 오대규 등 중견 배우들을 중간에 하차, 일종의 불명예퇴진을 시켰다.

강= 사실 ‘오로라 공주’가 문제였던 게 극중 오로라의 오빠 세 사람과 남자주인공의 누나 세 사람이 맺어지는 겹사돈의 내용이었다. 이에 대해 작가와 배우들의 불화설이 나돌았고 주연급 중견 배우들이 갑자기 하차하는 촌극이 벌어진 거다.

라= MBC ‘보석비빔밥’도 초반에는 두 남녀의 로맨스로 정상적으로 이야기를 끌고 가더니 자식들이 부모를 내쫓는 ‘고려장 드라마’로 갑자기 돌변했다.

강= 무당이야기였던 MBC ‘왕꽃선녀님’도 죽은 사람이 다시 살아나는 설정 등으로 중간에 작가가 교체되기도 했다.

고= 임 작가의 작품은 논리 정연하거나 치밀하고 세련되지 않지만 귀가 솔깃할 만큼 자극적이다. 친딸의 시어머니가 된다는 내용의 SBS ‘하늘이시여’도 얼마나 말이 안 되는 상황인가.

강= 릴레이 출연도 문제다. 백옥담은 ‘압구정 백야’에서 남편으로 나오는 장무엄(송원근)과 ‘오로라 공주’에서는 한 남자를 사이에 두고 머리끄덩이를 잡던 관계였다. 나타샤로 나왔던 송원근이 게이였는데 지금은 버젓이 부부로 나오니까 몰입이 안 된다.

라= 한 번 브레이크 밟고, 치고 올라갈 때 치고 올라가고. 시청률이 떨어진다 싶으면 자극적인 거 끼워 넣고. 임 작가는 그런 메커니즘을 극단으로 발휘한다.

강= ‘압구정 백야’도 시청률이 14% 정도 나오니까 높은 편이다. 버려진 딸이 친어머니에게 복수한다는 내용인데도 말이다.

라= ‘임성한 효과’를 내는 최고의 방법은 엽기적인 장면들이다. 조카 백옥담을 앞세워 중전마마 복장이나 걸그룹 춤을 하게 해 관심을 끈다. 아주 독한 중독성을 가졌다.

고= 임성한 드라마에는 늘 과시하는 부유층이 많이 나온다. 이는 중산층 이하가 대부분인 우리나라 서민들이 갖고 있는 동경을 자극한다. 또 가족, 남녀 사이에 금기라고 생각하는 것들을 ‘가족 이야기’의 형식으로 늘 건드리는 게 임 작가의 인기의 이유다.

라= 문제가 많아도 임 작가의 드라마가 시청률이 잘 나오기 때문에 방송관계자들이 문제제기를 못한다. 시청자들이 작가에게 무소불위의 권력을 준 것이나 마찬가지다.

강= 지상파 방송이 막장 드라마로 경쟁하면서 시청률을 나눠먹는 ‘리모콘 패턴’이 완전히 정착해 버렸다. 오후 7시 15분부터 MBC ‘불굴의 차여사’를 시작으로 30분마다 SBS, KBS, MBC 순으로 시간대를 나눠 편성했다.

라= 나눠먹기를 하는 건 어느 정도 시청률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결국에는 드라마 작가에게 지나치게 쏠려있는 제작구조 자체의 문제다. 쪽대본에 쫓겨 촬영하니까 작가에게 절대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다.

강= 광고주들에게 임 작가의 드라마에 대해 물은 적이 있는데, 논란은 돼도 시청률이 보장되니까 매력적인 콘텐츠라고 하더라. 문제는 지상파 방송사다. MBC는 ‘오로라 공주’ 때도 논란이 돼 퇴출운동까지 벌어졌던 작가를, 그것도 공영방송이 국민의 전파를 쓰면서 질 낮은 콘텐츠를 책임감 없이 내보내고 있다. 회당 2,000만원 이상이라는 작가료를 허비하면서.

라= 임 작가는 시청률 지상주의의 대표적인 사례로 보인다. 자극적인 욕구나 설정, 캐릭터 등을 부각해 흥미 위주의 콘텐츠를 내놓고 있다. 방송계와 광고계, 작가 등 서로 간의 묵계로 이뤄지는 일종의 카르텔이다.

강= 임 작가의 초창기 단막 드라마들은 호평도 받았다. 배신과 복수가 들끓어 시청자를 아프게 하는 드라마는 그만했으면 한다. 독불장군은 오래 갈 수 없다. 주변 시청자나 제작진의 말에 귀를 기울였으면 한다. 타협을 할 줄 알아야 한다.

라= 이야기 구조가 오로지 일탈과 파격만 있다면 한계가 있다. 불만스럽고 안타깝다. 사실 김수현 작가는 뻔한 이야기지만 메시지가 있다. 이런 부분을 임 작가도 보여줬으면 한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고경석기자 kave@hk.co.kr

강은영기자 kis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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