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낸 직장인ㆍ주부 등 상담 러시
은행 영업점마다 종일 문전성시
한 시간 만에 한 달 치의 20% 소진
회사원 김모(45)씨는 24일 휴가를 내고 두툼한 서류를 든 채 오전 8시부터 서울 KB국민은행 여의도 본점 문이 열리기만 기다렸다. 김씨는 “요즘 금리가 많이 낮아졌다지만 여전히 연 3%대인데 만기 30년 내내 2% 중반대 금리로 대출을 유지할 수 있다니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며 “앞으로 금리가 더 떨어진다고 해도 일시적이지 않겠느냐”고 했다. 그는 1시간을 기다리고 30분 넘게 상담을 받은 뒤에야 대출 잔액 1억5,000만원에 대해 안심전환대출 신청을 할 수 있었다.
은행권 최저금리로 갈아타기 위한 몸부림은 당초 예상을 뛰어넘었다. 연 2.6%대의 안심전환대출이 출시된 이날 전국의 은행 지점은 종일 문전성시였다. 영업 시작 한 시간 만에 한 달치 물량(5조원)의 5분의 1 가량이 소진될 정도였다. 2009년 5월 하루 가입자만 지점당 100명이 넘었던 주택청약종합저축 열풍, 2013년 6월 출시 첫날 가입계좌가 27만9,180건에 달했던 재형저축 붐 등 그간 예금 러시는 간간이 있었지만 대출 전환 광풍은 이번이 처음으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고객 행렬의 구성도 휴가를 낸 직장인, 애를 업은 주부, 부부 등 다양했다. 아파트단지가 밀집한 지역 지점은 IT 신상품 출시라도 된 듯 새벽부터 줄이 늘어서는 진풍경도 연출했다. 은행 영업 전부터 길게 줄을 서는가 하면 30분 가량 소요되는 상담을 먼저 받으려고 승강이를 벌이기도 했다.
윤종규 국민은행장은 상담을 도우러 여의도 본점에 들렀다가 고객들의 불만을 듣기도 했다. 강모(34)씨는 “아파트는 전액 다 전환되는데 빌라는 시세의 60% 정도만 가능하다”라며 “시세가 바로 나오지도 않고, 일부를 미리 갚아야 해 목돈이 필요하다”고 불평했다. 윤 행장은 “지속적으로 보완하겠다”고 답했다. 신한은행 본점 역시 평소보다 대출 관련 문의가 2배 이상 늘었다. 전화 상담도 줄을 이었고, 일부 지점은 폐점 시간(오후 4시) 이후에도 상담을 받느라 종일 정신이 없었다.
본인확인, 소득증명, 담보 등 관련 서류를 챙겨오지 않아 발길을 돌리는 대출자들도 적지 않았다. 이날 휴가를 내고 하나은행을 찾은 박모(38)씨는 “서류 준비를 못해서 떼오느라 늦었다”라며 “주위에 조건이 맞지 않아 신청 못하는 사람도 많다”고 말했다. 김정규 기업은행 남대문시장 부지점장은 “조건이 안 되는 고객도 있지만 원금까지 갚아나가야 한다는 얘기에 망설이다 돌아간 사람도 많다”고 전했다. 최용래 국민은행 여의도 본점 과장은 “원금 상환에 부담을 가진 고객도 있지만 만기를 20년, 30년 장기로 잡아 계산해주니 수긍하는 이들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날 금융당국 및 관계기관은 비상대응 팀을 가동하고 각 은행에 “콜 센터를 최대한 가동하라” “다음달부터 이자뿐 아니라 원금 상환도 함께 시작된다는 사실을 고지하라”고 지시했다.
고찬유기자 jutdae@hk.co.kr
김진주기자 pearlkim72@hk.co.kr
김정화 인턴기자(이화여대 중어중문학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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