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연금 개혁 대타협기구’가 활동 종료일 (28일)을 코앞에 두고도 합의안 마련은커녕 입씨름만 계속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대타협기구 소속 김태일 고려대 교수가 내 놓은 중재안은 주목할 만하다. 새누리당의 구조개혁에 기초하면서도,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이 주장하는 노후소득 보장을 어느 정도 이뤄낼 수 있는 구상이기 때문이다.
현재 정부와 새누리당은 ‘더 내고 덜 받는’ 쪽으로 연금체계를 개편하고, 장기적으로 공무원연금을 국민연금을 통합하는 구조개혁을 추진 중이다. 반면 새정치민주연합과 공무원노조는 기존 틀을 유지하면서 보험료율 인상이나 연금지급액 조정으로 재정부담을 줄이는 모수(母數)개혁을 선호한다.
중재안은 공무원 연금을 국민연금과 동일한 구조로 설계하는 대신 정부가 지원하는 개인저축계좌(월 30만원)을 여기에 추가해 소득대체율(퇴직 전 평균 급여 대비 퇴직 후 받는 연금비율)하락을 보완했다. 한마디로 깎인 공무원연금을 개인연금으로 메워주는 형식으로 월 150만원(연금+퇴직금+저축계정)의 노후소득을 보장한다. 이렇게 되면 구조개혁으로 소득대체율이 현저하게 낮아져 공무원연금이 용돈 수준으로 전락한다는 야당의 우려를 어느 정도 불식시킬 수 있다.
물론 우리는 정부재정에 부담이 될 수 있는 중재안을 최선의 방안으로는 보지 않는다. 다만 여야가 누차 약속한 내로 시한 내 합의안을 내놓으려면 일단 중재안을 논의의 출발점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 지금처럼 해서는 개혁은 결국 물 건너 간다. 남은 기간 밤을 새워서라도 대타협의 돌파구를 마련해야 할 절박한 상황이다.
하지만 야당은 중재안마저도 정부여당의 구조개혁에 치우쳐 있다며 부정적이다. 언제까지 ‘노(NO)’만을 외치고 있을 건지 답답한 노릇이다. 90일 활동시한이 다 지나도록 야당이 한 일은 “소득대체율 50%가 마지노선”이라고 주장한 게 전부다. 그것도 구체적 재원마련 방안은 없다. 이래서는 야당의 존재의의조차 의심받게 된다. 이제 정부안, 이를 바탕으로 소득대체율을 더 낮춘 새누리안, 중재안 등 3가지 중에서 선택하든지, 아니면 이보다 나은 자신들의 방안을 제시해야 마땅하다.
대타협기구는 연금개혁 이해당사자인 공무원노조와의 타협을 위해 지난해 말 구성됐다. 여기서 아무 성과 없이 28일 이후 국회 특위로 공을 넘기면 여야합의에 의한 개혁입법은 더 어려워질게 뻔하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7일 청와대 회동에서 공무원연금 개혁안의 4월 처리 협조를 요청하자,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합의 날짜를 가볍게 여기지 않는다”고 답했다. 정말 그래야 한다. 국민이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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