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수영연맹 '18개월 정지' 불구
체육회 '징계만료 3년 뒤 가능' 명시
규정 고치면 특혜시비 가능성 커
박태환(26)이 국제수영연맹(FINA)으로부터 18개월 선수 자격정지 징계를 받았다.
국제수영연맹(FINA)은 23일(현지시간) 스위스 로잔의 팰레스호텔에서 지난해 금지약물 검사에서 양성반응을 보인 박태환을 출석시킨 가운데 도핑위원회 청문회를 개최한 뒤 18개월 자격정지 징계를 확정해 홈페이지에 발표했다. 박태환은 지난해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획득한 메달(은1ㆍ동5)도 모두 박탈당했다. 박태환은 당시 6개의 메달을 따내 사격 박병택(금5ㆍ은9ㆍ동5)을 넘어 한국인 아시안게임 최다(20개) 메달리스트로 이름을 올렸지만 모든 게 무효가 됐다.
박태환은 아시안게임 개막 직전인 지난해 9월 초 실시한 약물 검사에서 세계반도핑기구(WADA) 금지약물이자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 성분이 검출돼 이날 청문회에 출석했다. FINA는 박태환의 징계는 그의 소변샘플을 채취한 지난해 9월 3일 시작해 2016년 3월 2일 끝난다고 설명했다. FINA는 징계 결과에 이의가 있다면 통보 받은 날로부터 21일 이내에 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제소할 수 있다고 덧붙였지만 박태환 측은 제소하지 않기로 했다.
이에 따라 박태환은 내년 8월 열리는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는 길은 열렸다. 하지만 현행 국내 규정상 불가능하다. 대한체육회 국가대표 선발 규정 제5조(결격사유) 6항에는 ‘체육회 및 경기단체에서 금지약물 복용, 약물사용 허용 또는 부추기는 행위로 징계처분을 받고 징계가 만료된 날로부터 3년이 경과하지 아니한 자는 국가대표가 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국제 수영을 대표하는 기관의 결정과 달리 ‘국내법’을 따로 적용하는 ‘이중 처벌’이라는 목소리도 있지만 대한체육회로서는 지난해 7월 마련한 이 규정을 특정 선수를 위해 뒤집으면 특혜 시비를 자초하는 난감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 체육계 정상화를 위해 정부까지 나서서 만들어진 규정이다. 체육회는 조직 사유화, 입시 비리, 승부조작ㆍ편파판정, 폭력ㆍ성폭력 등 정부가 ‘스포츠 4대악’으로 꼽은 적폐들을 없애고자 경기단체별로 천차만별인 규정을 정비하면서 약물과 관련한 조항도 추가했다.
때문에 여론은 ‘대한체육회의 원칙은 지켜야 한다’는 쪽으로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인터넷 공간 등에서는 박태환의 FINA 징계가 일반적인 수준보다 낮은 가운데 올림픽 출전을 위해 체육회 규정까지 바꾼다면 이는 형평성에 어긋나는 특혜라는 글들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전 국가대표 수영선수 김지현의 사례와 대비하면서 박태환을 위한 규정 개정을 반대하고 있다. 김지현은 지난해 5월 의사가 처방해준 감기약을 복용했다가 도핑테스트에서 금지약물인 클렌부테롤 성분이 검출돼 한국도핑방지위원회(KADA)로부터 자격정지 2년의 징계를 받았다. 박태환 사례와 달리 김지현의 경우는 의사가 직접 청문회에 출석해 자신의 과실을 인정하며 선처를 호소했지만 KADA는 ‘무관용 원칙’을 고수했다. 선수 생활을 더 지속할 수 없게 된 김지현은 박태환이 FINA 청문회에 출석한 23일 공군 훈련소로 입대했다. 게다가 ‘김지현은 안 되고 박태환은 된다’면 스타 선수를 옹호하려 한다는 비난이 더 거세질 것이 뻔하다.
체육회 고위관계자는 “박태환을 위한 개정을 검토할 분위기 아니다”라면서 “원칙은 지키라고 있는 게 아니냐”라고 말했다.
한편 법조계에서는 대한체육회의 국가대표 선발 규정이 무효 소지가 있어 폐지돼야 한다는 해석이 나왔다. 법무법인 바른 국제중재ㆍ소송팀의 윤원식, 톰 피난스키, 폴 그린 변호사는 24일 공동으로 작성한 서면에서 “체육회는 국가대표 선발 규정 일부 조항 (결격사유 6항)을 폐지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성환희기자 hhs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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