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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위세가 높아지면서 최근에는 영어 표기 영역에서도 발언권을 높이려 하고 있다. Chinese라는 단어에 비하의 접미사가 들어있다고 주장하고 China라는 고유명사도 국가의 정체성보다는 과거 도자기(china)나 만드는 열등 국가의 의미를 연상시킨다고 이야기한다. 국명 표기를 China 대신 ‘Zhongguo’로 바꾸자는 주장도 나왔다. 마치 ‘Korean Kimchi’ ‘German beer’ ‘Italian pizza’처럼 Chinese가 도자기나 만드는 나라냐는 것인데 과민 반응일 뿐이다. 한 때는 접미어로 쓰이는 ?ese가 Japanese Vietnamese Taiwanese 등 아시아권 국가들을 폄하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분석한 일도 있었다.
그러나 China라는 명칭은 13세기 이탈리아의 탐험가 Marco Polo가 동방 여행을 하고 돌아가서 이름 붙인 것이다. 당시 중국을 통일한 한족이 이룬 진(Chin, Qin Dynasty)나라의 명칭을 서양인들이 발성 표기하면서 붙여진 이름이다. 접미어로 쓰인 -ese는 라틴계나 이태리에서 민족을 지칭할 때 쓰던 접미어가 그대로 영어로 차용된 것이지 아시아권 국가를 비하하려는 형용사형 어미가 아니었다. 이탈리아어로는 영어의 형용사형을 inglese로 쓰고 프랑스어는 francese, 노르웨이는 norvegese로 쓴다. 마찬가지로 중국도 Chinese로 썼을 뿐이다. 따라서 China라는 국가명은 ‘도자기의 국가’가 아니라 16세기 진나라의 영어식 발음일 뿐이다.
현대 영어에서 ‘중국에 관한’이라는 접두어를 ‘sino-(싸이노)’ ‘Sino-Japanese War’처럼 쓰는 이유는 당시 진나라를 페르시아 국가에서 sin-으로 부른 데서 연유한 것이다. 당시 진나라 명칭은 외부인에게는 chin이나 sin으로 들렸다. 현재 영어 접두어로 쓰이는 sino-나 기타 고유 명사는 모두 ‘sino=China’의 뜻이다. Hong Kong에 있는 Sino Centre나 Sino Plaza 등은 굳이 의미를 따지면 ‘중국 센터’ ‘중국 플라자’가 된다. 우리의 고려가 오늘날 Korea가 된 것과 유사한 사례다.
게다가 Marco Polo는 진나라에 상당기간 머물면서도 그곳이 진나라가 아니라 Cathay로 알았다고 한다. 페르시아로 전해진 chin과 cin 등은 인접한 동남 아시아 등 남쪽 지역을 지칭했고 그가 중국 북부와 베이징 등에 갔을 땐 그 지역을 Kitay, Cathay등으로 불렀기 때문이다. 당시 중국 북부를 지배했던 Khitan족(契丹?거란족)의 나라가 Cathay였고 이 명칭이 인접국가에 Xitay, Kitay, Kitai, Catai 식으로 전해졌다가 영어로 Cathay가 된 것이다. 그 후 몇 세기 동안 유럽인들은 중국에는 북쪽의 Cathay와 남쪽의 China 두 나라가 있는 줄 알았다고 한다. 사실 둘 다 한 나라를 가리키는 것인데 말이다. 진나라가 China가 된 것이나 고려가 Korea가 된 것은 역사의 산물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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