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사회에 도움될 대학생 프로젝트
매년 대회서 팀 선정·기업 후원 요청
"성공여부 떠나 학생들에겐 큰 자산"
“맹목적인 스펙쌓기보다 중요한 건 기업가 정신의 실천입니다. 대학생들도, 기업들도 여기에 주목해야 합니다.”
글로벌 비영리 단체 ‘인액터스(Enactus)’의 한국 지부를 이끄는 홍석모(53) 인액터스코리아 대표는 23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나라에서 ‘기업가 정신’은 곧 ‘창업’으로 잘못 해석되고 있는 경우가 많다. 도전 모험 역경을 이겨내는 과정이 올바른 의미”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인액터스는 기업가 정신(Entrepreneurial)과 실천(Action), 공동체(Us)의 앞머리 글자를 딴 것으로 대학생들이 지역사회의 도움이 필요한 이들의 삶의 질과 생활 수준을 향상시키는 데 도움이 되는 프로젝트를 실행하는 단체다. 1975년 미국에서 창설된 이 단체는 현재 39개국 6만여명의 대학생들이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고 한국에서는 2004년 시작돼 33개 대학이 활동하고 있다.
홍 대표가 이 단체와 인연을 맺게 된 건 2005년 한국지부 첫 대회 심사에 참여하게 되면서다. 인액터스는 1년에 한 번 국내대회를 열어 각 학교에서 진행중인 프로젝트를 심사하고 1등 팀에게는 세계대회 참가자격을 부여한다. 당시 한 기업의 변호사로 재직하면서 심사에 참여했던 홍 대표는 대학생들의 열정적인 모습에 “사랑에 빠졌다”고 표현했다.
인액터스는 각국 공통의 프로젝트 지침 설정과 관리에만 관여할 뿐 모든 활동은 학생들 스스로 꾸려나간다. ‘반드시 프로젝트에는 특정 수혜자가 있어야 한다’는 지침에 따라 다문화가정 여성, 발달 장애인, 독립유공자 후손 등 특정 수혜자를 정하고 그들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한다. 지난해 동네빵집을 모아 협동조합을 설립, 소상공인진흥원에서 추진한 지원사업으로 선정돼 2억 7,000만원의 지원금을 받은 연세대 인액터스팀의 ‘동네빵네’가 한 예다.
홍 대표는 학생들의 적극적인 구애로 2010년부터 대표직을 맡았다. 본격적으로 대내외적 조력자 역할에 나선 홍 대표의 주 임무는 기업과 학생 간 다리를 놓아주는 일. 그는 기업을 찾아 다니며 인액터스를 소개하고 후원을 요청한다. “기업에 요청하는 후원은 두 가지 입니다. 금전적인 후원과 멘토로서의 역할이죠. 실무자들이 프로젝트를 검토하고 조언해주는 과정이 학생들에게는 굉장히 큰 도움이 됩니다.”
인액터스는 현재 10개 기업의 후원을 받고 있다. 이는 회원국 중 최저수준으로 간신히 지부를 꾸리고 대회를 준비하는 정도. 하지만 홍 대표는 금전적인 부분에서의 아쉬움은 없다고 말했다. “기업의 후원금이 늘어 학생들을 지원해주면 어떨까 생각한 적도 있어요. 그렇지만 자금을 조달하는 과정부터 배움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학생들이 직접 크라우드 펀딩을 하기도 하고 기업을 찾아가 후원금을 요청하기도 하면서 세상이 부딪혀 볼만한 곳이라는 걸 배우는 것 같아요.”
홍 대표는 인액터스에서의 경험이 프로젝트 성공여부를 떠나 학생들에게는 큰 자산이 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아울러 기업들도 학생들이 경험한 기업가 정신을 높이 사야 한다고 말했다.
“기업들이 학생들의 스펙쌓기를 조장한 데에 책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대학에서 가르치는 게 실무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불만인 것도 문제가 있습니다. 탓만 할 게 아니라 기업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합니다. 그래야 유능한 인재를 많이 키워낼 수 있습니다.”
김새미나 인턴기자 saemin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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