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로 본 가정폭력 대처법
법정공방이 이어지고 있긴 하지만 서정희-서세원 부부 문제의 핵심은 '가정폭력'이다. (▶관련기사 보기 ) 연예인 못지 않게 일반인 가운데도 장기간 피해사실을 알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일반인 가정폭력 피해자들의 사례를 통해 그 이유와 현명한 해결 방법을 알아봤다.
#직장인 A(50)씨는 무려 20여년을 남편의 폭행 속에 살아왔다. "너가 잘하는 게 뭐냐"는 등의 폭언과 의처증이 시작이었다. 남편의 언어 폭력이 신체 폭행으로 번지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A씨는 남편의 발자국 소리만 들어도 심장이 쿵쿵 뛰었다. 장기간 폭행으로 자존감을 잃으면서 직장생활도 어려워졌다. 아들이 군대에 입대하고 딸도 독립하자 A씨는 용기를 내 가정폭력상담센터를 찾았다. 지속적인 상담을 통해 이혼을 결정한 A씨는 최근 남편에게 노출이 되지 않는 곳으로 거처를 옮겨 지내고 있다.
#직장인 B(30)씨는 10여 년간 무직 남편의 폭행을 견뎌왔다. 남편은 처음에 물건을 집어던지는 행동으로 분노를 표출했으나 얼마 안가 B씨를 직접 때리기 시작했다. 직장인인 B씨에 비해 경제력이 없는 남편은 자존심이 상할 때마다 손을 들었다. 결국 B씨는 아이와 함께 별거에 들어갔다.
사례 속 A씨와 B씨는 10년 이상을 남편에게 폭행 당했다. 하지만 긴 세월 동안 두 사람 모두 자신의 피해사실을 세상 밖에 알리지 못했다. 자녀들이 아직 어려 가정을 지켜야 한다는 게 이유였다.
경찰청 여성청소년과의 통계자료에 따르면 가정폭력 건수는 매년 증가해왔다. 2011년 6,848건, 2012년 8,762건이던 것이 2013년에는 2배 증가해 16,785건을, 2014년에는 17,557건을 기록했다. 유형별로 보면 '아내 학대'가 가장 많다. 물고문 등 학대 수법도 해마다 잔혹해지면서 처벌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그런데도 아직까지 장기간 부당한 폭력을 참고 사는 피해자가 나오는 것은 왜일까?
● 남편의 부당한 폭행, 왜 참고 사나
먼저 관계적인 측면에서 참는 경우가 있다. 남편과 매일 봐야 하는 사이라 자신만 참으면 관계가 호전될 여지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남편을 고발하면 자녀에게까지 영향이 끼치게 되는 것을 걱정하는 경우도 있다.
한국여성상담센터의 신지영 센터장은 "여성 피해자들은 보통 '남편이 갑자기 화가 나서 실수한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실수기 때문에 앞으로 부부관계를 개선하고자 노력하면 남편이 나아질 것이라는 믿음이 있어 신고를 꺼린다"고 설명했다.
● 참는 게 답이 아니다
참는다고 해서 폭력의 강도가 약해지거나 관계가 개선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A씨의 남편 역시 처음에는 언어 폭력이 다였으나 몇 년 후에는 온몸에 멍이 들 정도로 A씨를 때렸다.
전문가들은 첫 폭행을 당했을 때 참지 말고 주변에 도움을 청하거나 공권력의 힘을 빌려야 한다고 말한다. 대처 시기를 놓치고 계속 참으면 자신의 상황에 무감각해지는 학습적 무기력 현상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동행심리치료센터의 공진수 센터장은 "처음에는 폭행의 강도가 약해서, 혹은 실수라는 생각에 참게 된다. 참는 것이 반복되면 폭행에 익숙해져 자신은 그 상황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단정한다"며 "그러나 계속 참으면 학대 수준이 점점 높아져 심한 경우 살인으로까지 번지게 된다"고 말했다.
경찰청 여성청소년과 신다혜 경위는 "과거에는 가정폭력을 가정 내에서 해결해야 하는 문제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가정폭력도 범죄라는 인식이 늘어 검거율이 높아지고 있다"며 적극적인 신고를 촉구했다.
무엇보다 피해자 스스로 주체성과 존엄성을 가지려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신 센터장은 "장기적으로 폭행을 당한 피해자는 남편의 반복적인 언어폭력으로 자존감이 상당히 떨어져있다. 먼저 자신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를 알고 적절한 대처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이소라기자 wtnsora2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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