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는 선수가 한다지만, 감독의 역할도 상당히 중요하다. 6개월이 넘는 긴 페넌트레이스의 스케치와 색칠을 수장이 하기 때문이다. 1군 엔트리 27명을 어떻게 짤지, 9명의 선발 라인업에 누굴 넣을지, 투수 교체 타이밍을 언제 할지 등 감독의 손이 가지 않는 곳은 없다. 가공되지 않은 원석을 잘 다듬고, 기존 자원으로 최고의 결과물을 내는 게 감독의 역할이다.
올 프로야구는 시즌에 앞서 무려 5명의 사령탑이 교체됐다. 지난 시즌 가을 야구를 하지 못한 5~9위의 구단 수뇌부가 예전 감독들이 한계를 보였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두산은 송일수 전 감독을 1년 만에 경질하고 새 감독을 앉혔다. KIA는 당초 선동열 전 감독과 재계약했으나 홈 팬들의 성화를 이기지 못하고 뜻을 굽혔다. 여기에 꼴찌 한화와 CCTV 사찰 파문을 일으킨 롯데, 2년 연속 가을야구에 실패한 SK도 나란히 새 수장에게 올 시즌을 맡겼다.
역시 관심은 김성근 한화 감독이다. 김 감독은 프로 통산 2.327경기에서 1,234승(1,036패 57무)을 기록해 명장 소리를 듣는다. 2007, 2008, 2010년 등 모두 SK에서 우승 트로피도 들어 올렸다. 김 감독은 또 과거 쌍방울, 태평양, LG 등 하위권으로 평가 받던 팀들의 전력을 업그레이드 시킨 것으로 유명하다.
한화는 지난해까지 3년 연속 꼴찌에 머물며 일흔 살이 넘은 노 감독에게 손을 내밀었다. 지옥 훈련을 앞세워 패배 의식과 무기력감에 빠져 있는 팀 체질을 바꿔달라는 의미였다. 실제로 선수들은 마무리 훈련부터 스프링캠프, 시범경기까지 쉴 틈 없이 이어진 훈련과 특타로 주목 받았다. 다들 몰라보게 ‘슬림’해졌다. 이 과정에서 부상자가 나오고, 시범경기도 최하위로 마쳤지만 한화 팬들은 여전히 높은 기대감을 갖고 있다.
‘초짜’ 김태형 두산 감독과 이종운 롯데 감독은 예상보다 후한 점수를 받고 있다. 야구인들이 찾은 스프링캠프 현장에서는 “남다른 카리스마가 있다”는 평가가 나왔고, 소속 팀 선수들은 “어느 때보다 훈련 분위기가 좋다”고 입을 모았다. 김태형 감독은 “예전 감독과 요즘 감독은 다르다. 이제는 선수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까지 다 알고 있어야 한다”며 “요즘 선수들은 여리기 때문에 무조건 강압적으로만 가면 안 된다. 대신 선수들이 지킬 것은 알아서 지키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이종운 감독도 최대한 자율적인 분위기에서 훈련을 시키며 “선수단의 고충에 최대한 귀 기울이라”고 코칭스태프에 주문했다.
‘자율’과 ‘신뢰’하면 김기태 KIA 감독도 빠지지 않는다. 베테랑을 중용하고, 책임감으로 무장한 선수들을 전폭적인 믿는다. 김 감독은 시범경기 막판 실책이 속출했을 때도 “앞선 경기에서는 호수비를 여러 차례 보여주지 않았는가. 이 정도의 실책은 당연히 나올 것으로 생각했다”며 “다들 캠프에서 열심히 했기 때문에 이를 계기로 발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용희 SK 감독은 야구계에서 소문난 신사다. 오른손 선발 윤희상은 “선수들의 이야기를 편하게 들어주신다. 아버지는 아니고, 할아버지 같다”고 표현했다. 이 때문에 SK도 롯데, KIA처럼 분위기가 좋다는 평이 많았다. 투타 전력까지 좋아 다른 구단 사령탑들이 빼 놓지 않고 꼽은 5강 후보 중 하나다. 김 감독은 “감독이 시키면 선수는 따르는 존재다. 그러나 선수들을 뛰도록 만들려면 ‘지금 무엇이 부족하므로 너희에게 중요한 것은 뛰는 것이라고 보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어야 한다. 그래야 선수가 의미를 이해할 수 있다”고 자신의 소통 철학을 밝혔다.
바뀐 감독들에 맞서는 기존 사령탑은 ‘야통(야구대통령)’ 류중일 삼성 감독, ‘젊은 여우’ 염경엽 넥센 감독, 지난해 초반 꼴찌였던 팀을 4위까지 끌어올린 양상문 LG 감독, NC의 창단 첫 가을 야구를 이끈 김경문 감독이다. 2009년 KIA에서 우승 반지를 낀 조범현 감독은 이제는 10구단 kt의 수장으로 시즌을 맞이한다.
과연 10명의 사령탑 중 시즌 뒤 웃는 감독은 누가 될 것인가. 2015년 프로야구는 28일 5개 구장에서 일제히 개막한다.
한국스포츠경제 함태수기자 hts7@sporbiz.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