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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 공대 사랑에… 인문계도 프로그래밍 열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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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 공대 사랑에… 인문계도 프로그래밍 열공

입력
2015.03.23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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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대, 전교생에 '코딩' 가르치고

서울대·삼성 연계한 SW 수업은

수강생 53명 중 23명이 非이공계

올해 국민대 교육학과에 입학한 김요안(19)씨는 요즘 온라인 강의로 엑셀과 워드를 배우느라 정신이 없다. 1학년 기초 교양과목으로 신설된 ‘컴퓨터 프로그래밍’ 수업을 따라가기 위해서다. 김씨는 계산과 수식으로 이뤄진 생소한 수업이 다소 버겁지만 향후 취업을 생각해 열심히 수강 중이다. 김씨는 23일 “하늘의 별따기라는 취업 관문을 뚫으려면 공학적 지식을 갖추는 것은 필수”라며 “학생 입장에선 학교가 먼저 나서 공학 과목을 개설하고 관련 자격증 취득까지 도와줘 고맙다”고 말했다.

요즘 취업시장에서 공대생은 소위 ‘취업 깡패’로 불린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경영학과 출신이 기업 선호도 1위 자리를 굳게 지켰지만, 취업난에 인문계열 전체가 주춤하는 사이 공학계열 전공자가 다시 취업시장의 강자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공대의 인기는 통계로 입증된다. 한국교육개발원이 최근 발간한 2014년 취업통계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공학계열 취업률은 65.6%를 기록, 인문계열(45.5%)보다 무려 20.1%포인트 높았다. 또 올해 서울대 공대 입학생의 17%가 타 대학 의ㆍ치ㆍ한의대에 중복 합격하고도 공대를 택한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대 관계자는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를 겪으며 엔지니어들이 대거 거리로 몰리고 2000년대 들어 ‘의대 광풍’이 몰아쳤던 것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이라고 말했다.

이런 추세를 감안해 대학들은 앞다퉈 ‘공학 띄우기’에 동참하는 분위기다. 국민대는 올해부터 국내 대학 중 최초로 전교생을 상대로 일종의 프로그램 작성 기술인 ‘코딩’을 가르치고 있다. 올해 신입생들은 공대생의 전유물로 여겨지는 파이썬이나 스크래치같은 코딩이 포함된 프로그래밍 과목 6학점을 이수해야 졸업이 가능하다. 이민석 국민대 컴퓨터공학부 교수는 “소프트웨어적 지식은 사용 분야가 무궁무진해 학생들 취업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각 대학이 마련 중인 구조조정안도 공대 우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22일 학사구조 개편안을 발표한 건국대는 73개 학과를 63개로 통ㆍ폐합했는데, 공대나 경영 등 인기학과는 오히려 모집단위를 학부에서 학과로 세분화했다.

학생들 역시 자발적으로 공학 배우기에 나서고 있다. 한양대는 올해 인문ㆍ사회계열에서 공학계열로의 전과를 희망한 학생이 11명으로 지난해 3명에 비해 크게 늘었다. 한양대 관계자는 “공학계열 전과는 경쟁률이 치열해 성적이 최상위권이 아니면 통과가 어렵다”고 귀띔했다. 인문계열 학생들이 주도해 만든 코딩 동아리도 생겼다. 경희대 코딩 동아리 코드러그(Codrug) 회장인 경영학과 김재현(24)씨는 “웹 서비스나 개발에 관심 있는 인문계 전공자들의 지원이 넘쳐 경쟁률이 5대 1을 훌쩍 넘는다”고 전했다.

공학 비전공자를 대상으로 한 기업의 실습 교육도 성황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부터 전국 25개 대학과 연계해서 비전공자 대상으로 컴퓨터 관련 과목을 4학기 동안 가르치는 SCSC(Samsung Convergence Software Course) 프로그램을 운영 중인데, 인문계 학생들의 관심이 폭발적이다. 서울대의 경우 올해 선발된 53명 중 절반에 가까운 23명이 철학과, 인류학과 등 비이공계 학생들로 구성됐고, 연세대는 지원자가 몰려 정해진 정원을 늘리기도 했다. 연세대 경영학과 4학년 오모(24)씨는 “개발자의 소양과 시야를 갖춰야 경쟁력을 쌓을 수 있다는 생각에 졸업을 1년 미뤘다”고 말했다.

한국공학한림원 부회장인 권오경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는 “첨단시대에 접어들수록 새로움을 추구하는 ‘퍼스트 무버(선도자)’의 중요성이 커지는 흐름을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취업 용도에 치우친 공학 배우기 열풍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숙명여대 관광학과를 졸업한 이모(25)씨는 “취업에 도움이 될까 봐 컴퓨터공학 복수 전공을 준비하며 관련 강의를 여럿 들었지만 따라가기 벅차 관뒀다”고 말했다. 한 IT 기업 인사 담당자는 “학교에서 얕게 배운 공학 지식을 현장에서 적용하기에는 무리”라며 “IT 관련 업계에 필요한 소양과 지식이 없다면 입사를 해도 한계를 드러내지 않겠느냐”고 지적했다.

정준호기자 junho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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