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원 목사 다일평화인권운동 출범
"세월호 유가족 아픔 어루만지고 장애인·노동 문제에도 힘쓸 것"
“개인의 빈곤과 사회 구조적 모순은 동면의 양면과 같습니다. 어느 하나만 중요시 할 수 없는 문제입니다.”
국내외 노숙인 무료급식 사업 ‘밥퍼’로 알려진 자선단체 다일공동체가 개인의 끼니 해결을 넘어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인권운동으로 활동의 폭을 넓혔다. 지난 16일 재출범한 다일평화인권운동(다평인) 대표를 맡은 서울다일교회 김기원(56) 전임목사는 23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남북관계, 빈곤, 노동문제 등을 망라하는 인권단체를 새로 출범시킨 이유가 밥퍼 운동 정신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설명했다.
다평인이 재출범했다고 밝힌 것은 다일공동체 소속 인권단체가 이전에도 있었기 때문이다. 다평인은 1988년 다일공동체 설립 이후 2년 만에 발족한 다일평화인권연구소를 모체로 하고 있다. 당시 연구소는 “사회문제에 목소리를 내면서 기독교인의 책무를 다하자”는 목표 아래 설립됐지만 눈에 띄는 활동을 하지는 못했다. 그 당시 한국 사회 곳곳에 있는 노숙인 등 사회적 약자를 지원하는 일이 더 시급했기 때문이다.
세월이 흘러 25년 만에 다평인이라는 이름의 인권단체가 다시 출범한 것은 지난해 발생한 세월호 참사가 결정적 계기가 됐다. 김 목사는 “세월호 참사 이후 개신교는 다른 종교에 비해 사회적 활동이 인색했다. 이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다평인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밥퍼나눔운동본부장인 박종원 목사와 공동으로 다평인을 이끌고 있다.
다평인은 당장 다음달 16일 세월호 참사 1주기를 앞두고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김 목사는 “다일공동체가 노숙인들의 배고픔을 달래며 신뢰를 얻었듯 당분간 세월호 유가족들의 아픔을 어루만지는 데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다평인은 이미 22일부터 안산 단원고 앞에 위치한 명성교회에서 희생자와 유가족을 위한 기도회를 열고 있다. 다음달 16일까지 매주 목요일에는 광화문광장에서 세월호 진상규명과 조속한 인양을 촉구하는 ‘촛불교회’도 개최한다. 세월호의 상흔에서 벗어나지 못한 진도 팽목항도 다음주에 방문한다. 김 목사는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종단을 초월한 연대가 필요하다”며 “첫 촛불교회는 원불교와 힘을 모으는 등 앞으로도 다른 종단과 협업을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고통 받는 이웃이 있는 곳은 어디든 다평인의 활동 무대다. 발족 이후 이미 대한문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의 집회와 광화문역 지하보도 장애인 농성장을 방문하는 등 노동문제와 사회적 약자 문제 해결을 위해 팔을 걷었다. 풀리지 않은 제주 강정마을, 밀양 송전탑 문제를 위해서도 조만간 현장을 방문할 계획이다.
뿐만 아니라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DMZ 지역 밥퍼나눔도 구상하고 있다. 김 목사는 “통일과 평화를 위한 초석이 될 것”이라며 “청와대에 청원을 요청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1977년 대학에 입학, 민주화 운동을 통해 유신시대 등 격동의 한국사를 몸소 겪었던 김 목사는 2002년 신학대학원 입학으로 뒤늦게 목회자의 길을 걸었다. 평신도 시절부터 알고 지냈던 다일공동체 대표 최일도 목사의 요청에 김 목사는 “십자가를 지는 심정으로” 대표직을 수락했다고 소개했다. 상근 활동가 20여명으로 시작한 다평인은 현재 각계각층의 활동가를 모집하고 있다. 김 목사는 “평화나 생명과 같은 기독교 복음적 가치에 공감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활동을 함께 하고 싶다”고 희망했다.
장재진기자 blanc@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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