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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귀열 영어] Internet vs. inNernet 인터넷 vs. 인너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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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귀열 영어] Internet vs. inNernet 인터넷 vs. 인너넷

입력
2015.03.23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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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발음을 놓고 혼란을 겪는 사람은 학습자만이 아니다. 원어민 사이에도 발음에 대한 논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전과 달리 전세계 영어 사용자간 교류가 많아지면서 소위 ‘world englishes’ 시대가 도래하여 똑같은 철자를 놓고 지역, 나라마다 다르게 발음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Internet’을 읽을 때 모두가 철자 그대로(phonetic pronunciation) ‘인터넷’이라 발음하면 상관없지만 편의상 ‘인너넷’이라 발음하는 사람이 있어 문제가 생긴다. ‘Internet’은 ‘망과 망을 이은 것’인데 인너넷으로 발음하면 inner net이 되어 ‘내부의 망’이라는 전혀 다른 뜻이 된다. Winner냐 winter냐의 발음 문제도 ‘-nt’ 연결 음에서 비롯된다. 어느 캐나다 사람이 벨기에 사람에게 길을 안내하며 ‘The room is in the center of the building’이라고 했는데 center를 cenner로 발음했더니 알아듣지 못했다는 일화도 있다.

‘-nt’의 두 자음 결합에서 비음 n이 자음 t에 영향을 주는 것은 어법상 비음화와 순행동화(progressive assimilation)에 해당한다. 우리말에 ‘종로’의 ‘ㄹ’이 종성 ‘ㅇ’의 영향을 받아 ‘ㄴ’으로 변성되는 순행동화가 있듯 영어에도 winter ninety carpenter처럼 콧소리 순행 동화 현상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이는 반드시 그렇게 변해야 한다는 필연동화나 절대동화가 아니다. 같은 영어권인데도 영국에서는 internet, intonation, international 등을 모두 철자 그대로 발음한다. 음성학자들 사이에서도 이를 t음의 동화 현상이 아닌 게르만어의 구강요소의 소실(debuccalization)로 보는 견해가 많다.

우리말의 경우를 보자. ‘공권력’을 읽을 때 ‘공권녁’ 또는 ‘공꿘녁’으로 발음한다. ‘공권 힘’이라는 개념상 ‘공권+력’이 되어, ‘공궐력’으로는 읽지 않는다. ‘입원료’도 ‘입원 요금’의 연결이기 때문에 순행 동화되어 ‘입원뇨’가 된다. 한편 ‘백로’처럼 두 자음이 결합해 서로 영향을 미쳐 둘 다 변하는 상호동화(reciprocal assimilation)도 있다. 우리말은 자음 충돌이나 연결에서 필수 변화 발성을 따라야 하는 반면 영어는 ‘-nt-‘발음에 절대적인 기준이 없다. 만약 영어에도 동화현상 같은 필수 어법이 적용되면 영어 단어들은 영국과 미국 모두에서 발음이 같아야 한다.

만약 CNN앵커가 ‘This is CNN inNernational, from the CNN cenNer in AtlanNa’로 발음하는 것을 보더라도 참고만 한다. 되도록 ‘인터넷’ ‘쎈터’처럼 또렷하게 이야기하는 방식이 world englishes에서는 더 안전하다. 결국 선택은 speaker의 몫이지만 학습자의 발음 선택은 더욱 신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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