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모 대학 07학번 최모(28)씨. 재수로 들어와 군대 다녀오고 복학 한 그는 요즘 신입생들로부터 ‘화석’이라는 별명이 붙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바로 밑 08학번 후배를 향해서는 ‘시조새’라고 한다는 얘기도 들렸다. 취업이 어려워 졸업유예나 휴학 등으로 학교를 오래 다니는 선배들을 칭하는 말이라는 사실이 씁쓸했다.
후배들이 이들을 보는 시선도 현재의 취업난이 고스란히 반영돼 있었다. 아르바이트 전문포털 알바천국은 23일 3월 개강을 맞아 전국 대학생 927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58.8%가 신학기 캠퍼스에서 학교를 오래 다니는 ‘화석 선배를 목격한 적이 있다’고 대답했다고 밝혔다. ‘NG(no graduation)’족으로 통하는 ‘화석 선배’는 올해 입학한 신입생을 기준으로 7~8년 높은 학번의 선배를 말한다.
학생들이 ‘화석 선배’를 목격했을 때 드는 생각으로는 ‘요즘 취업이 정말 힘들구나’가 60%로 가장 높았다. 취업난으로 학교를 떠나지 못하는 세태가 함축된 것이다. 뒤를 이어 ‘저 선배는 준비할 일이 많고 바쁜 분이구나’(16.5%), ‘세대차이 나서 어울리기 힘들겠구나’(10.5%) 순이었다.
선배를 ‘화석’이라고 느끼는 순간으로는 ‘조별 과제발표 시 학번을 봤을 때’가 48.3%로 가장 높았다. 이어 ‘고참 선배들이 다 허리 굽혀 인사할 때’(21.8%), ‘조교보다 나이가 많은 걸 알았을 때’(21.1%)가 뒤를 이었다. ‘학교나 동아리의 역사를 줄줄 꿰고 있는’(8.6%) 선배 또한 공룡시대에 입학한 선배로 여겨졌다.
전체 응답자 중 학교를 오래 다녔다고 체감하는 대학생 484명을 대상으로 그 이유를 묻는 조사에서는 군복무가 1위로 꼽혔다. 4명 중 1명(25.4%)은 ‘제대 후 복학’을 학교에 오래 머무르게 된 가장 큰 원인으로 뽑았다. ‘인턴ㆍ아르바이트 등 업무 후 복학’도 23.1%에 달했다. 이어 ‘졸업유예’(15.5%)와 ‘미취업’(12.4%)이 나란히 3, 4위를 차지, 구직활동의 어려움을 반영했다. 기타 ‘집안사정’(11%), ‘창업, 새 진로 준비’(7%), ‘연수 후 복학’(5.6%) 등의 순으로 학교를 떠날 수 없는 이유로 꼽혔다. ‘화석 선배’ 과반(52.5%)은 신입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로 ‘1학년 때 실컷 놀아라’를 꼽았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취업과, 학업, 스펙 관리에 대한 부담이 커지는 현실을 반영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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