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 분쇄가 아니라 당신들이 다시 문을 열도록 하기 위해 군대를 동원하겠다.”1902년 전미(全美) 광산노동자연맹이 임금인상, 노동시간 단축 등을 내걸고 동맹파업에 들어가자 광산업자들은 직장폐쇄로 맞섰다. 양측 대표를 백악관으로 부른 시어도어 루스벨트(1858~1919) 대통령은 중재안을 거부하는 광산업자들을 위협했다. 더 이상 자본가 편만 들던 연방정부가 아니었다. 결과적으로 노조는 10%의 임금인상 및 하루 9시간 노동이라는 선물을 받아 들었다.
▦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초 미국은 “나의 돈은 하나님이 준 것”이라는 석유왕 존 D. 록펠러를 비롯해 철강왕 앤드루 카네기 등 소수 거대 자본가의 세상이었다.‘강도 귀족(robber baron)’으로 불렸던 이들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부를 축적해 극심한 빈부격차를 불렀다. 공화당 출신인 시어도어는 “모든 사람에게 공정한 대우”를 외치며 연방정부의 적극개입을 선언했다. 이른바 ‘스퀘어 딜(Square Dealㆍ공정 정책)’ 이다. 노조 옹호자는 아니었지만 합리적 주장은 받아들였고, 철도ㆍ석유 산업 등의 독점규제와 중소기업 보호에 힘썼다.
▦ 지난달 정치학자들이 뽑은 가장 위대한 미국 대통령으로 그는 프랭클린 루스벨트(1882~1945)에 이어 네 번째로 이름을 올렸다. 스퀘어 딜은 나중에 1930년대 대공항 당시 먼 친척인 프랭클린의 ‘뉴딜(New Deal) 정책’으로 그 기조가 이어졌고, 현대 미국 수정자본주의의 실천적 기초를 이루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위대한 사람은 평론가가 아니다. 영광은 먼지와 피와 땀으로 범벅이 된 채 경기장을 뛰는 자의 몫이다. 패배하고 실패했더라도 그는 ‘위대하게’ 진 것이다.”
▦ 노사정위원회가 이달 말까지 노동시장개혁 합의안을 내놓을 예정이라지만 3자 간의 현격한 이견으로 기대가 실낱 같다. IMF 이후 국내 기업들이 비정규직을 늘리며 효율성만을 추구해 온 결과, 비정규직 600만 명이라는 고통스런 상황에 직면했다. 정규직이든 비정규직이든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으로 근로자를 공정하게 대하는 한국식‘스퀘어 딜’이 절실한 시점인데 그런 정책도, 이를 이끌어갈 위대한 지도자의 모습도 보이지 않으니, 안타까울 따름이다.
박진용 논설위원 hu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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