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정부, 천안함 사건 후 제재 불구
北경제 고립은커녕 中 의존만 심화
투자 금지도 간접투자로 유명무실
"北책임 묻되 새 5ㆍ24조치 필요"
천안함 사건은 남북관계에서 일대 분수령이기도 했다. 이명박 정부는 사건 발생 약 2달 만에 대대적인 제재 내용을 담은 ‘5ㆍ24 대북 제재조치’를 선언했다. ‘통일 대박론’을 들고 나온 박근혜정부도 5ㆍ24조치에서는 한 발짝도 나아가지 않고 있다. 천안함 사건에 대한 북한의 사과 없이는 제재 해제도 없다는 방침이다. 이러다 보니 남북관계도 5ㆍ24조치에 발목 잡힌 채 진전이 없다.
천안함 5주기를 맞아 5ㆍ24조치 재검토에 대한 각계의 주문이 쇄도하는 가운데 정부의 고민도 적지 않은 게 현실이다. 전문가들은 5ㆍ24 조치 해제 조건에 대해선 수위를 달리했지만, 당국이 지금보다는 전향적 자세로 ‘질서 있는 퇴각’을 준비해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었다.
● 허울만 남은 5ㆍ24조치, 北 경제 대중의존도만 심화
이명박정부가 5ㆍ24 조치를 단행하며 내세운 명분은 북한 지도부의 경제적 고립이었다. 남북 간 일반교역 및 대북 신규 투자를 불허하는 조치로 북한의 돈줄을 옥죄면 경제적 압박에 못 이겨 북한 스스로 잘못을 인정할 것이란 계산이었다.
하지만 북한이 중국과 경제 협력을 통한 버티기 전략을 구사하는 한편 3차 핵실험 등 각종 대남도발을 일삼으면서 5ㆍ24조치는 효력을 상실했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2000년대 북한 전체 무역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40%대(2003년 기준 10억 2,300만 달러)에 그쳤으나, 5ㆍ24조치가 단행된 2010년 이후부터는 89%(2013년 기준 65억 4,400만 달러)에 육박해 대중 의존도가 심화했다.
5ㆍ24조치의 핵심 내용인 ‘대북 투자 금지’ 조항도 유명무실해졌다. 정부가 5ㆍ24조치로 중단됐던 ‘나진-하산 물류 프로젝트’ 사업에 우리 기업들이 러시아 측 지분을 인수하는 간접투자 방식으로 길을 뚫었기 때문이다. ▦우리 측 해역에서 북한 선박의 운항과 입항 금지 ▦남북 간 일반교역 및 물품 반ㆍ출입 금지 ▦영유아 등 순수 인도적 지원을 제외한 대북 지원 사업 금지 등이 남아 있긴 하지만 선언적 의미에 그치고 있다는 평가다.
● 선제성 집착 말고‘포스트 5ㆍ24’로 출구 전략 마련해야
그럼에도 정부는 여전히 5ㆍ24조치 해제 여부를 논하는 것조차 금기시한다. 북한의 태도 변화나 후속조치가 전무한 상황에서 아무 일 없었다는 듯 그냥 넘어가기엔 정치적 부담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지난해 6월 본보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북한의 변화가 없는 한 5ㆍ24 조치 완화에 반대한다는 의견은 52.7%로, 남북교류 협력을 위해 완화를 주장하는 의견(40.3%)보다 높았다는 점에서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여론이 우세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언제까지 5ㆍ24조치가 남북관계 전반의 발목을 잡는 현실을 방치해야 하는가라는 비판적 논의도 적지 않다. 나아가 정부가 보다 전향적 자세로 5ㆍ24 조치 출구 마련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대안으로 천안함 사건에 대한 북한의 사과와 경제 제재 조치를 분리 대응하는 ‘포스트 5ㆍ24 조치’가 제시되고 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에게 끝까지 책임을 묻되, 우리의 국익을 위해 새로운 5ㆍ24 조치가 필요하다는 명분을 담은 결의안을 여야 정치권이 합심해 채택하면 국민들도 설득할 여지가 생기고, 정부도 유연성을 발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개성공단 신규투자나 각종 경협 시범사업 확대로 5ㆍ24 조치를 점진적으로 무력화 하자는 제안도 있다. 물론 5ㆍ24 조치 해제가 남북관계를 풀 만능 열쇠는 아니다라는 경계의 목소리도 없지 않다.
강윤주기자 kkang@hk.co.kr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란
박근혜정부가 내세운 대북정책으로 북한의 무력 도발에는 단호히 대처하는 튼튼한 안보를 기반 삼아 지속적인 대화와 호혜적 교류 협력으로 신뢰를 형성해 남북관계를 발전시키겠다는 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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