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 텐트서 가족과 잠자던 박홍씨
관리인과 함께 아이 데리고 나와
화재로 숨진 두 가장은 중학교 동창
첫 캠핑 갔다 참변 안타까움 더해
22일 새벽 인천 강화도의 캠핑장에서 잠자던 박홍(43)씨는 매캐한 냄새와 함께 아이의 비명 같은 울음소리에 눈이 번쩍 떠졌다. 황급히 텐트 밖으로 나온 박씨는 바로 옆 불이 붙은 텐트를 보고 캠핑장 관리인 김모(53)씨와 함께 달려가 그 울음의 주인공인 이모(8)군을 구출했다. 이날 7명의 사상자를 낸 강화도 캠핑장 화재 현장에서 이 군의 목숨을 구한 박씨는 “아이의 울음소리만으로 충분히 아이의 생존을 확신할 순 있었다”고 말했다. 이군은 다행히 2도 화상만 입고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다. 박씨도 구조과정에서 다쳤다.
경찰에서 공개한 캠핑장 내 폐쇄회로(CC)TV 영상을 보면 박씨는 이날 오전 2시13분쯤 자신의 텐트에서 나와 오른쪽 편 텐트의 화재를 목격했다. 맨발로 뛰어나온 박씨는 곧 불이 걷잡을 수 없도록 번진 텐트의 입구를 열어 젖혔다. 박씨를 뒤따라 나온 관리인 김씨가 열린 입구를 통해 이군을 꺼냈고 박씨는 이군을 안아 안전한 곳으로 대피시켰다. 박씨와 김씨는 곧바로 소화기와 샤워장에서 떠온 물로 불을 끄려 하지만 역부족이었다.
박씨는 이날 오후 인천 계양경찰서에서 취재진과 만나 “잠깐 잠이 든 상황에서 오전 2시가 넘어 아이 울음소리를 들었고 나가보니 불이 보였다”며 “제 아이들에게 텐트에서 나오라고 소리쳤고 관리하시는 분과 같이 텐트 쪽으로 가서 아이를 데리고 나왔다”고 긴박했던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이 군의)울음소리를 듣고 생존을 확신해 그렇게 (구조를) 한 거였다”고 말했다.
박씨는 화재 당시 관리인 김씨와 구조를 도우러 온 사람들이 가져온 소화기 2대가 작동되지 않았고 난방을 위해 캠핑장 측에서 텐트에 설치된 전기매트 온도를 높였다고 했다. 박씨는 화재로 숨진 이모(37)씨와 천모(36)씨가 아이들에게 사고 전날 밤 마시멜로를 구워주던 모습 등을 전하면서 잠시 말을 잇지 못하기도 했다. 박씨는 “(캠핑을 즐기는 사람들이) 항상 안전을 생각해 이런 아픔을 겪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화재로 숨진 이씨와 천씨는 중학교 동창으로 거의 매주 아이들과 함께 어울렸던 절친한 사이인 것으로 알려져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두 가장은 이날 봄을 맞아 아이들과 함께 처음 캠핑에 나섰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씨의 아버지(67)는 “(이씨와 천씨) 둘이 참 잘 어울렸다. 방배동에서 함께 자라면서 초등학교 때부터 친했다”며 “주말이면 애들 데리고 같이 식사하고 교회를 가고 그랬다”고 말했다.
이씨는 집에서 운영하는 한복집 일을 도왔고 천씨는 이비인후과 개업의사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환직기자 slamhj@hk.co.kr
김현빈기자 hb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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