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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직 문턱도 밟기 힘든 청년층

입력
2015.03.22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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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중 청년층 비율 35%

20%가 첫 직장부터 비정규직

열악한 조건에 '열정페이' 만연

방송사 막내작가인 이수현(25ㆍ가명)씨에게는 개인 생활이 없다. 평일 밤샘 근무는 기본이고, 주말에도 6시간의 수면 시간 외에는 집에서 프로그램과 관련된 자료 조사를 해야 한다. 이렇게 휴일 없이 일하고 받는 돈은 월 120만원. 그나마도 이씨가 참여한 프로그램이 방송국 사정에 따라 방송이 연기되면 급여 지급 역시 미뤄진다.

메인 작가가 되겠다는 일념 하나로 많은 희생을 감수하고 있지만 이씨는 정작 이 일을 계속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씨는 “계약기간도 정해지지 않은 비정규직 노동자”라며 “제작자가 ‘같이 일하자’고 제안해야 참여할 수 있어, 일이 생길 때만 돈을 벌 수 있다”고 말했다. 올해 초 방송사를 옮겨 새로운 프로그램을 맡았지만 근로계약서조차 작성하지 못했다. 그는 “좋아하는 일을 안정적으로 하게 되면 더 좋은 성과를 낼 수 있겠지만, 방송작가의 경우 정규직이 거의 없기 때문에 미래가 불안하다”며 씁쓸해했다.

안정된 정규직을 꿈꾸지만 그 문턱에 다가가는 것도 힘든 게 청년층의 현실이다.

한국노동연구원의 ‘비정규직 노동 통계’에 따르면 청년층(15~29세)의 비정규직 비율은 34.6%에 달했다. 60세 이상(비정규직 비율 68.7%)을 제외하고는 가장 큰 비중이다. 정성미 한국노동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비정규직 가운데 청년층이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한데, 이 같은 흐름은 몇 년 째 바뀌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회 생활을 비정규직으로 시작하는 청년층도 적지 않다. 통계청이 발표한 경제활동인구조사의 ‘청년층 부가조사’에 따르면 청년 중 첫 직장을 1년 이하 계약직으로 시작한 경우는 19.5%로, 5명 중 1명이 이에 해당됐다.

서울 소재 4년제 여대에 재학 중인 취업 준비생 황모(23)씨는 “상위권 대학에 속하는 서울 소재 H대까지가 정규직 마지노선이라는 말이 돌 정도로 정규직 취업은 쉽지 않은 일”이라며 “역사학을 전공해 박물관 쪽에서 일하고 싶지만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 직군에는 정규직이 많지 않아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취업 자체가 어렵다 보니 열악한 조건에서 일하는 게 당연시되기도 한다. 쥐꼬리만한 월급을 주면서 취업 준비생들의 노동을 착취하는 ‘열정페이’가 만연할 수 있었던 것은 ‘너 아니어도 일할 사람 많다’는 식의 논리가 먹혔기 때문이다. 한 교육 컨설팅 업체에서 인턴으로 근무하고 있는 이모(23)씨는 “일의 강도나 하는 일이 정규직 신입사원과 거의 같은데, 급여는 인턴이라 월 40만원에 불과하다”며 “채용을 위한 과정이라기 보다는 싼 값에 일 시키기 위한 제도 같다”고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청년층의 안정적인 일자리를 확보하지 못하면 국가 경제에도 큰 해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남신 한국비정규직노동센터 소장은 “안정적인 미래 설계가 가능해야 결혼도 하고 출산도 할 것 아니냐”며 “상시지속업무의 경우 반드시 정규직화하는 등 기업들의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은 “경제 선순환을 위해 공기업과 정부의 지분이 큰 회사들을 중심으로 청년층 고용 안정을 위한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채지선기자 letmeknow@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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