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제 서울에서 열린 한중일 외교장관회의에서 3국 외교장관은 ‘가장 빠르고 편한 시기에’ 3국 정상회의를 열도록 노력하기로 했다. 이를 두고 최소한의 목표 기한조차 잡지 못한 선언적 합의인 데다 중일 외교장관의 개별 회담 등의 분위기도 싸늘해 3국 정상회의가 조기에 이뤄질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소극적 평가가 잇따른다. 그러나 이번 3국 외교장관 회의에 앞서 3국 모두에서 공공연히 ‘서로 다른 입장과 시각’이 확인됐고, 그에 따라 아무런 합의에도 이르지 못할 것이란 관측이 무성했던 데 비하면 나름대로의 진전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무엇보다 3국 외교장관이 현재의 불편한 3국 관계를 해소하려면 3국 정상회담 개최를 우선적 공통과제로 삼아야 한다는 데 의견이 일치했다. 2012년 4월 이후 처음으로 열린 이번 회의가 즉각적 3국 정상회담의 개최에 합의할 수 있으리라고는 애초에 기대난이었다. 거의 3년 만에 3국 외교장관이 3국 문제를 가지고 한 자리에서 대화하는 것만도 3국 관계가 최악의 시기는 벗어났음을 확인시킬 만했다. 그런 자리에서 다음 단계인 3국 정상회담의 조속한 개최에 공감했고, 그 환경조성을 위한 3국 각각의 과제도 분명해졌으면 당초의 예상보다는 좋은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이번 회의로 3국 협력체제가 복원 길에 들어섰고, 다음 단계로 접어들 역량이 축적됐다”는 외교 당국의 언급을 폄하할 이유가 없다.
3국 외교장관은 북핵 문제에 대해서도 “한반도에서의 핵무기 개발에 확고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자주 거론된 ‘북한의 핵무기 개발 반대’가 ‘한반도에서의 핵무기 개발 반대’로 살짝 바뀐 데서 ‘중국의 의지 후퇴’를 읽는 사람도 있지만, 3국 외교장관이 입을 모아 공식적으로 북핵 반대 의사를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물론 이런 성과가 현실의 3국 관계 진전으로 바로 이어지긴 어렵다. 이번 회담에서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이 “3국 역사문제는 과거형이 아닌 현재형으로 남아 있으며 이를 미래형으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침략과 식민지 지배의 역사에 대한 일본 정부의 진솔한 반성과 사죄가 관계 복원의 대전제라는 분명한 주장이다. 한국의 속내도 중국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렇다고 역사문제가 끝까지 3국 관계의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단정할 필요는 없다. 관계 복원을 위해 일본이 할 일이 분명해졌고, 내달 아베 신조 총리의 미 의회 연설, 8월15일의 ‘종전 70주년 담화’등의 기회도 남아있다. ‘무라야마 담화 및 고노 담화의 계승’을 다짐하거나 그 핵심 내용을 옮기면 그만이다. 아베 일본 총리가 이런 최소 요구에도 응하지 못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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