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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으로 한국 읽기] 체제유지적 오락

입력
2015.03.22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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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내 번역본이 출간된 ‘심리정치’의 저자 한병철 독일 베를린예술대 교수가 ‘피로사회’에서부터 줄곧 화두로 삼고 있는 현상은 ‘자기착취’다. 더 이상 외부 규율 없이도 스스로 쥐어짜는, 신자유주의 정치가 반기는 상황에 현대인들이 자길 몰아 넣고 있단 거다. 이를 돕는 서사를 퍼뜨려 ‘내 탓이오’ 신념을 은연히 주입시키는 대중 문화 정치 수단이 바로 TV 오디션 프로그램이다. 사진은 이 포맷의 국내 대표 프로인 ‘K팝스타’의 한 장면. SBS 제공
최근 국내 번역본이 출간된 ‘심리정치’의 저자 한병철 독일 베를린예술대 교수가 ‘피로사회’에서부터 줄곧 화두로 삼고 있는 현상은 ‘자기착취’다. 더 이상 외부 규율 없이도 스스로 쥐어짜는, 신자유주의 정치가 반기는 상황에 현대인들이 자길 몰아 넣고 있단 거다. 이를 돕는 서사를 퍼뜨려 ‘내 탓이오’ 신념을 은연히 주입시키는 대중 문화 정치 수단이 바로 TV 오디션 프로그램이다. 사진은 이 포맷의 국내 대표 프로인 ‘K팝스타’의 한 장면. SBS 제공

체제유지에 대중오락은 유용하다. 마취ㆍ최면 기능 패키지다. 노동-고통을 은폐할 뿐인 사이비 치유와 셀프 착취를 감내케 하는 가짜 성장을 그럴싸하게 포장, 자본주의에 공급한다.

“최근 몇 년간 생겨난 가장 강력한 예능 트렌드는 ‘체험’에 관한 것이다. 언제나 그렇듯 주인공은 연예인이다. (…) 이런 연예인들의 체험 예능은 크게 네 가지 분야로 나뉜다. 농어촌, 육아, 오지, 군대가 그것이다. 체험의 장소나 소재는 달라도 효과는 동일하다. 이 예능 프로그램들은 궁극적으로 모두 정서적 ‘힐링’을 추구하는 데 힘쓴다. (…) ‘힐링 예능’은 밀린 일을 위해 밤샘 야근을 준비하는 이들이 마시는 ‘핫식스’가 하는 것과 같은 역할을 한다고 할 수 있으니, 즉 다가올 ‘진짜’ 고통을 어떻게든 견뎌내게 만드는 인공적 자양강장의 역할이 그것이다. 인공적 자양강장제가 필요한 이유는 대중문화가 필요한 이유와 같다. 노동과 경쟁으로 가득한 대중의 진짜 삶의 조건, 그 초라하고 치열한 삶의 모습을 짧지만 여운은 긴 상상적인 쾌락으로 채우고, 이를 통해 진짜 삶을 견뎌내도록 하기 위해서다. (…) 바쁘고 지친 우리들 ‘대신 놀아주는 사람’ 역할을 하는 연예인들은 오지에서, 육아를 하며, 군대에 가고, 손수 밥을 지어 먹으며 이미 우리 삶에 만연한 고통을 새로운 차원에서 다시 경험한다. 새롭고 드물기에 그 고통은 그럭저럭 견딜 만한 것이 되며, 때로는 신선한 기쁨을 주기도 한다. 하지만 모든 자양강장제가 그렇듯, 그 인내와 기쁨은 더 본질적인 것, 즉 노동에의 전면적 몰입을 응원하기 위해서만 의미 있는 것이다.”

-인공적 자양강장제(한겨레 ‘크리틱’ㆍ문강형준 문화평론가) ☞ 전문 보기

“오디션 프로는 지금 전 지구적으로 가장 흔하고, 가장 강력한 TV포맷이다. 신자유주의 시대정신이라고도 할 수 있다. 모든 것이 점수화되며, 무한경쟁구도를 담아낸다. 모든 것은 자기 하기에 달렸고, 아무도 너를 책임져주지 않으니 끊임없는 노력으로 상대를 이겨서 너를 증명하라, 이것이 성장이라고 말하는 ‘자기계발 서사’를 전파한다. (…) 얼핏 승자를 뽑는 것 같지만, 사실 매회 뽑는 것은 탈락자다. 최종회를 제외하고는 매회 엔딩을 탈락자들이 장식한다. (…) 이번 ‘K팝스타’에서 눈여겨봤던 한 여고생 참가자가 있다. 목감기로 실력 발휘를 못했고, 탈락했다. 탈락 후 방송 인터뷰에서 “자기 관리나 컨디션 조절을 못한 것도 제 탓이다. 제 잘못”이라고 했다. (…) 어느덧 10대 출연자들의 금과옥조가 된 ‘실패는 모두 실패자 탓’이라는 오디션 프로의 가르침이 옳기만 한 건지 모르겠다.”

-오디션 프로 관람기(중앙일보 ‘분수대’ㆍ양성희 논설위원) ☞ 전문 보기

의도가 뭐든 아베는 해냈다. 반면 여기는 우격다짐과 딴지뿐이다. 문외한끼리 빚는 희비극.

“어느 조사를 보면 일본 기업의 절반 이상이 임금 인상률을 작년보다 높이겠다고 했다. 51%의 기업이 임금 인상 이유로 ‘종업원들의 사기를 올리려고’를 꼽았다. 2년 연속 축제의 봄이다. (…) 아베는 처음부터 금리 인하, 금융완화, 재정 확대로 경기 살리기에 나섰다. 준비했다는 3개의 화살이 제대로 활공(滑空)한 것도 아니고 10점 표적을 맞힌 것도 아니다. 그런 결함에도 일본 경제는 신선한 바람을 맛보고 있다. (…) 박근혜 정부는 애초 경제 민주화, 복지(福祉)를 앞세웠다. 그렇게 한참 달리다 보니 뭔가 허전했던가, 뒤늦게 경기 회복을 말하며 정부 지출을 확대하고 금리를 내렸다. (…) 하지만 경기가 피어나는 아무런 기척이 없다. 정부의 임금 인상 압박에 기업들이 곧 쓰러질 듯한 표정으로 저항하려는 순간, 수사 대상이라는 기업들 명단이 튀어나온다. 기업인들은 종업원 사기를 생각할 겨를이 없다. 정권 눈치 보기에 고성능 센서를 가동해야 할 판이다. 이 땅의 벚꽃도 벌써 꽃망울을 내밀었건만 우리나라 샐러리맨들에게 봄이 쉽게 올 리 없다. (…) 대통령과 여야 대표가 가장 역점을 두었다던 경제 관련 대화도 누구 말이 맞는지 다툰 것만 남았다. 대선 토론회 때 복지정책이 실현될 것이냐 말 것이냐를 두고 말싸움하던 한 컷을 그대로 반복했다. (…)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주겠다던 지도자들의 만남은 결국 “저쪽은 틀리고, 내가 맞다”는 우김질로 끝났다. 많은 국민은 불황의 고통에 찌들어 있는데 말싸움에서 승리해 뭘 어쩌겠다는 것인가. (…) 아베 총리를 다른 시각에서 보면 침략의 역사를 고치고 위안부 문제 같은 약점을 재포장하려고 경제 살리기에 몰두했다고 볼 수 있다. (…) 그는 3년 만에 집권 전에 가졌던 정치인으로서의 꿈을 거의 이루어가고 있다. 그런 아베가 얄밉도록 박근혜 대통령의 봄은 아직 오지 않고 있다.”

-아베의 봄, 박근혜의 봄(조선일보 기명 칼럼ㆍ송희영 주필) ☞ 전문 보기

“일본 기업의 대폭적 임금인상은 그 동안 회의론이 무성했던 아베노믹스가 적어도 지금까지는 성공적임을 보여준다. (…) 임금인상이야말로 아베노믹스가 쏜 ‘세 개의 화살’에 덧붙여 본격적 선순환 구조로의 진입을 알리는 ‘네 번째 화살’이기 때문이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장기집권 길이 열리고 있다는 점만 빼면 부러움을 감추기 어렵다. (…) 7일의 청와대 회동을 계기로 청와대와 야당이 때아닌 경제정책 논쟁을 벌이고 있다. 마치 대선을 앞둔 때처럼 서로 다른 경제정책을 내세워 국민 판단을 구하는 듯한 모습이 우스꽝스럽다. 지금은 큰 갈래의 정책 논쟁을 벌일 때가 아니라 정책 집행의 시기다. (…) 내용면에서 실질적 합의라고는 없었던 청와대 회동이 국민 기억에 남길 것은 어차피 모양새뿐이다. 문 대표가 주장한 ‘소득 주도 성장론’이 뭐가 새삼스러워 청와대가 ‘일자리 중심 성장론’으로 받아 칠까. 소비ㆍ투자 확대와 소득 증대, 고용 확대가 경제 선순환 구조의 핵심 고리여서 어디서부터든 성공하면 동일한 효과를 낸다. 문제는 어디서냐가 아니라 그 시작을 성공시킬 구체적 방법론이다. (…) 한때 민주주의의 이상이었던 야당과 언론, 시민단체 등의 권력 감시ㆍ비판ㆍ견제가 지나친 단계에 접어들어 지도력 후퇴와 정책결정 지연을 부른다. (…) 민주주의와 중우정치를 가르는 얇은 경계선을 지키기 위해서는 ‘비토 권력’의 절제가 요구된다. 그 핵심인 야당의 절제가 우선임은 물론이다.”

-‘거부권 정치’의 조짐(3월 20일자 한국일보 ‘황영식의 세상만사’ㆍ논설실장) ☞ 전문 보기

사정 배경은 정권 무능이다. 도둑-부도덕으로 덮으려는 의도다. 파렴치한 반격도 임박했다.

“검찰의 전방위 사정이 시작되자 새누리당의 친이계가 부글부글 끓고 있다. 최근 MB를 만난 측근은 “MB는 부정비리 척결에는 반대하지 않지만 정치적 의도가 개입된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고 전했다. (…) MB는 2011년 비서관회의에서 “(우리는)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인 만큼 조그마한 흑점도 남기면 안 된다”고 말했다. 측근비리 의혹이 터지고 있는 시점에 나온 이 발언은 웃음거리가 됐고“도둑적으로 완벽한 정권”이라는 등의 패러디물이 쏟아졌다. 이명박 정부는 역대 어느 정권보다 부도덕한 정권으로 낙인 찍혀있다. 실세 중 비리에 연루돼 감옥 가지 않은 사람이 드물고 MB 스스로도 임기 내내 BBK와 도곡동 땅, 내곡동 사저 등 의혹에 휩싸였다. 민간인 불법사찰과 국정원 대선개입 등 정권적 비리는 또 어떤가. 역대 정부는 집권 중반으로 넘어가는 시점인 3년 차에 정국 주도권을 잡거나 위기국면 돌파를 위해 예외 없이 사정의 칼날을 휘둘렀다. 박근혜 정부의 ‘부패 전면전’도 다르지 않다. (…) 하지만 적어도 MB는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없다.”

-MB는 자격 없다(한국일보 ‘지평선’ㆍ이충재 논설위원) ☞ 전문 보기

“지난 12일 이완구 국무총리 담화를 신호로 시작된 검찰의 전방위 사정수사는 참으로 독특하다. 무엇보다 매우 떠들썩하다. 과거 정권들도 정치적으로 곤란할 때나 국정 곳곳이 이완되기 시작하는 임기 3년차 즈음엔 국면 전환을 위한 대대적 사정에 나서곤 했다. 하지만 유별나게 ‘사정 시작!’을 선언하거나 대대적으로 광고하지는 않았다. (…) 드러난 수사 대상 가운데는 해묵은 사건이 꽤 많다. (…) 기업 수사에 대해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작년에는 수사할 수 없는 어려운 상황이어서 내사만 하고 있었는데, 이제는 검찰이 일해도 되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경제활성화를 위해 그동안 기업의 범죄 혐의를 ‘눈감아줬다’는 말이다. 그게 아니라면 별게 없는데도 굳이 이제 와 먼지를 털겠다는 게 된다. (…) 떠들썩한 이번 사정 역시 말대로 부패 척결만을 위한 게 아니라는 뒷말도 그래서 나온다. 갈수록 말을 안 듣는 기업ㆍ공직사회ㆍ여당 등을 다잡고, 지지율을 회복해 국정 동력을 얻으려는 다목적 카드라는 것이다. (…) 기업을 유인할 정책수단도, 협조를 얻어낼 설득력도 없으니 남은 것은 검찰의 ‘채찍’뿐이다. (…) 전임 정권을 겨냥한 수사로 정치권에 대한 경고와 압박이라는 부수효과를 노려야 하게 된 것도 정치력의 한계 때문이겠다. 그렇게 검찰에 난국 돌파의 큰 책임이 맡겨진 것 자체가 더할 나위 없는 비정상이다.”

-검찰 과잉(3월 20일자 한겨레 ‘아침 햇발’ㆍ여현호 논설위원) ☞ 전문 보기

* ‘칼럼으로 한국 읽기’ 전편(全篇)은 한국일보닷컴 ‘이슈/기획’ 코너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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