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최고 명문대학으로 불리는 남아프리카공화국(남아공) 케이프타운대학 학생들이 이 대학 부지 기증자이자 유명한 식민지주의자인 세실 존 로즈(1853~1902년)의 동상에 배설물을 투척하는 등 동상 철거시위를 벌이고 있다.
21일(현지시간) AFP 통신에 따르면 케이프타운대학 구내에 있는 로즈의 동상은 검은색 비닐로 만들어진 쓰레기봉투로 감겨 있다. 최근 한 학생이 동상에 배설물을 투척한 사건 이후 일부 흑인 학생들을 중심으로 로즈를 ‘백인 압제의 상징’이라며 동상 철거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500여 명의 학생은 전날 “로즈는 몰락해야 한다”라는 구호를 외치면서 맥스 프라이스 부총장이 연설하는 관리동 건물로 모였다. 프라이스 부총장은 식민지 정복의 많은 부정이 로즈의 감독하에서 이뤄졌다고 지적하면서 그의 동상이 눈에 잘 띄는 지금 위치에서 옮겨져야 한다는데 동의했다. 그는 그러나 결정은 대학협의회에서 이뤄져야 한다면서 4월 15일 협의회에 앞서 직원과 학생을 포함하는 대화를 가질 것을 제안했다.
그러나 학생들은 이 동상이 아파르트헤이트(인종차별정책)가 끝난 지 21년이 되는 현재까지 인종차별 개혁 의지 부족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며 동상 철거 날짜를 확실히 하라고 요구했다. 대학생 노말리콰 하데베는 “변화가 곧 일어날 것이라는 이야기를 듣는 데 지쳤다. 우리는 그것이 5년 내가 아닌, 지금 일어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학생들도 “이 땅은 처음 흑인 아프리카인들로부터 빼앗은 땅”이라며 “로즈가 유언으로 캠퍼스 부지를 증여한 것이 동상 설립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영국 출신으로 1870년 남아프리카로 이주한 로즈는 전형적인 식민지주의자로, 다이아몬드광·금광을 독점경영하면서 거부로 성장한 뒤 정계로 진출, 케이프 주 식민지 총독을 거쳐 남부와 중앙 아프리카에 대한 무력정복을 꾀했다. 1894년 잠비아·짐바브웨 등 중앙아프리카 정복을 완성한 뒤 자신의 이름을 따 ‘로디지아’라 명명하고 케이프타운에서 카이로를 연결하는 철도 건설을 계획하기도 했다. 강주형기자 cub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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