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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배들 살리려… 가거도 추락 헬기 기장 끝까지 조종간 놓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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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배들 살리려… 가거도 추락 헬기 기장 끝까지 조종간 놓지 않았다

입력
2015.03.21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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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동흠 경위 시신과 함께 수습

장용훈 순경은 아직 못 찾아

20일 오후 전남 영암군 대불부두에 정박한 청해진함에 실린 신안군 가거도 인근에서 추락한 서해해양경비안전본부 헬기가 사고해역에서 인양돼 육지로 옮겨지고 있다. 연합뉴스
20일 오후 전남 영암군 대불부두에 정박한 청해진함에 실린 신안군 가거도 인근에서 추락한 서해해양경비안전본부 헬기가 사고해역에서 인양돼 육지로 옮겨지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3일 밤 7세 어린이 응급환자 이송을 위해 출동했다가 바다에 추락한 서해해양안전경비본부 목포항공대 소속 헬기 기장인 최승호(52) 경위는 마지막 순간까지 헬기 조종간을 놓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해경은 20일 오전 8시30분쯤 전남 신안군 가거도 방파제 남쪽 해상 1.2km 지점 수심 75m 아래에서 추락한 B-511 펜더 헬기 동체를 인양하는 데 성공했다. 최 경위와 부기장인 백동흠(46) 경위의 시신도 이날 오전 1시부터 재개된 해군 심해 잠수사들의 헬기 동체에 대한 결색(결박)작업 중 발견됐다.

해경에 따르면 헬기 추락 사고는 구명조끼마저 작동시키지 못할 만큼 긴박한 상황에서 벌어졌다. 헬기 탑승자들은 사고를 대비해 평소 구명의(衣) 레버를 당기는 훈련을 하는데 최 경위와 백 경위의 조끼는 전혀 작동하지 않아 상황이 매우 급박했을 것이란 설명이다. 하지만 최 경위는 조종석에 앉아 조종간을 잡은 채 발견된 것으로 전해졌다. 해경 관계자는 “죽음을 앞둔 순간까지 후배들을 살리기 위해 처음부터 구명조끼 레버를 당길 생각이 없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백 경위의 시신은 기체 틈에 끼인 채로 수습됐다.

29년 경력의 베테랑 조종사인 최 경위는 평소에도 살신성인의 자세로 후배들에게 자신이 가진 풍부한 경험과 기술을 전수해 주는 경찰이었다. 한 직원은 “유쾌한 농담으로 분위기를 이끌고 정도 많아 후배들이 곧잘 따랐다”고 말했다. 최 경위는 지난달 서해해양경비안전본부 항공단으로 발령받은 뒤 도서 지역 응급환자 이송 및 구조 업무를 수행해 왔다.

해경은 두 조종사의 시신을 목포 삼학도 해경전용부두로 옮긴 뒤 목포 한 장례식장에 안치했다. 하지만 응급구조사인 장용훈(29) 순경의 시신은 끝내 발견되지 않았다. 해경은 장 순경의 시신이 헬기 추락 직후 동체에서 빠져 나간 것으로 보고 저인망 어선 8척과 함정 20척을 투입해 인근 해상을 수색하고 있다.

사고가 난 헬기는 응급환자를 수송하기 위해 출동했다가 신안군 흑산면 가거도 해상에서 추락했다. 헬기에 탑승했던 해경 대원 4명 중 정비사인 박근수(29) 경장은 사고 당일 밤 발견됐지만 최 경위 등 3명은 실종 상태였다. 해경은 장비기술국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사고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원인 조사에 들어갈 예정이다.

신안=박경우기자 gw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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