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멘 수도 사나에 있는 모스크(이슬람 사원)에서 20일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연쇄 자살폭탄 테러가 발생해 약 500명의 사람들이 사망하거나 부상했다. 2011년 ‘아랍의 봄’으로 예멘 정국 불안이 시작된 이후 일어난 최악의 인명 피해다.
예멘 당국에 따르면 이날 금요 예배시간대에 최소 4명의 자살폭탄 테러범이 이슬람 신자들로 가득한 모스크 2곳을 잇따라 공격했다. 이번 연쇄 공격으로 내부에서 예배를 드리고 있던 이슬람 신자 등 최소 142명이 숨지고 351명이 다쳤다고 현지 의료 당국 관계자는 전했다. 부상자 중에는 중상자가 많아 사망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공격을 받은 알바드르와 알하시우시 사원은 시아파 반군 후티와 이들을 지원하는 이슬람교도가 주로 다니는 곳이다. 이번 공격으로 사원의 이맘(이슬람 종교 지도자)이 숨졌고, 후티 지도자인 타하 알무타왓킬과 칼리드 마다니도 큰 부상을 입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현장에 있단 후티 반군 고위 관계자는 CNN에 “알바드르 사원에서 일어난 첫 번째 자살폭탄 공격은 사원 내부에서 발생했고, 2분 정도 뒤에 사원 바깥에서 폭탄이 또 터졌다”며 “알하시우시 사원 외부에서도 차량을 이용한 자살폭탄 공격이 일어났다”고 말했다. 또다른 목격자는 “사원 내부에서 폭탄이 터지자 순간 연기가 주위를 가득 메웠고, 예배를 드리던 사람들은 비명을 지르며 바닥에 쓰러졌다”고 설명했다. 이 목격자는 또 “온 몸에 피를 흘리며 도망쳐 나오는 신자들과 바닥에 쓰러진 사람들이 얽혀 현장은 아수라장이었다”고 덧붙였다.
아랍권 위성방송 알자지라 등 외신에 따르면 IS 예멘 지부라고 자처한 한 조직은 이날 온라인 성명을 통해 “우리들의 소행”이라며 “시아파의 소굴에서 폭탄을 두른 5명이 성스러운 작전을 수행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 “이번 공격은 빙산의 일부분일 뿐”이라고 추가 공격을 시사하기도 했다.
예멘은 현재 시아파와 수니파의 종파적 충돌과 남부와 북부의 지역갈등 등이 뒤섞여 복잡한 내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후티 반군은 지난 1월 만수르 하디 예멘 대통령을 축출하고 사나를 장악했다. 가택연금에서 탈출해 남부 도시 아덴으로 피신한 하디는 자신이 예멘에서 유일하게 정통성있는 대통령이라고 주장하며 아덴을 임시 수도로 선포했다.
신지후기자 h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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