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사드 재거론땐 갈등 폭발 가능성
정부, 북핵 등 이슈 전환 중점둘 듯
정부, 양자보다 3자회담에 무게
아베 美 연설ㆍ담화도 추후 '복병'
한중일 외교장관회담과 3국간의 양자회담이 21일 서울에서 열린다. 한중일 외교장관이 한자리에서 만나는 것은 2012년 4월 이후 3년 만이다. 3국 외교장관회담에서는 한중일 정상회담의 연내 개최 문제가 집중 논의 의제의 하나다. 하지만 과거사 인식 및 영토분쟁 등을 둘러싼 전통적 대립구도에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배치와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가입 문제까지 겹치면서 이번 회담은 3국간 이해관계가 얽히고설키는 각축장이 될 전망이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이 21일 중국과 일본 외교장관을 접견할 예정이어서 어떤 메시지를 전달할지 주목된다.
사드 갈등 어디까지 번질까
한중 양국간 최대 이슈는 사드의 한반도 배치 문제다. 최근 방한한 류젠차오 중국 외교부 부장조리(차관보급)가 “중국 측의 관심과 우려를 중요시해주면 감사하겠다”며 노골적으로 압박을 가한 데 이어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이 “주변국이 우리의 국방안보 정책에 대해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고 정면으로 맞받아치면서 한중은 사드 문제로 일촉즉발의 상황이다.
이번 회담에서 중국 측이 또다시 사드 문제를 거론할 경우 한중간 갈등수위는 확산을 넘어 폭발의 국면으로 전개될 수도 있다. 회담 주최국인 우리로서는 상당히 곤혹스런 상황이다. 외교 소식통은 20일 “우리가 뜨거운 감자인 사드 문제를 먼저 꺼낼 이유는 전혀 없다”며 “북한의 핵능력 고도화에 대한 한중간 공동보조를 강조하며 이슈를 전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중 간 또 다른 현안인 AIIB 가입 문제는 수월하게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한국의 지분을 얼마나 인정해 줄지가 관건이다. 서해 경계획정의 경우 우리 측은 불법조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조속한 협의를 요구하고 있지만 중국 측은 시큰둥한 반응이어서 얼마나 간극을 좁힐지 주목된다. 지난해 7월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주석이 거론한 전승절 70주년 행사에 중국 측이 거듭 박근혜 대통령의 참석을 요청할 경우 우리 측이 어떤 입장을 표명할지도 관심이다.
조급한 한국, 느긋한 일본
한일 양국은 과거사 인식을 놓고 맞붙을 전망이다. 초점은 위안부 문제 해결에 맞춰져 있다. 지난 16일 국장급 협의를 재개했지만 여전히 평행선이다. 도리어 일본은 위안부 소녀상을 철거하고 국제사회를 통한 대일 압박외교를 철회하라며 적반하장 식으로 반발하고 있다. 그러면서 일본산 수산물 수입 재개를 요구하고, 강제징용자 배상문제를 한국 법원이 다루는 것에 반대하며 우리 정부를 몰아세우고 있다.
다만 한국 입장에서는 최근 미일의 밀착이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최근 웬디 셔면 미 국무부 정무차관이 한일 과거사 문제와 관련해 일본 편을 든 데 이어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미 상ㆍ하원 합동연설까지 추진되고 있어 일본은 상당히 느긋한 입장에서 이번 회담에 임할 수 있다.
이런 가운데 박 대통령이 21일 일본 외교장관을 면담하는 자리에서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지에 관심이 집중된다. 박 대통령이 일본 외교장관을 면담하는 것은 취임 후 처음이다. 박 대통령이 중일 외교장관을 동시에 접견하는 것을 두고는 동북아 외교긴장의 수위를 완화시키는 적극 외교 행보라는 관측도 없지 않다.
아베 총리 담화가 변수
현재로서는 3국이 생산적인 결과물을 내놓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더구나 아베 신조 총리의 5월 미 의회 연설과 8월 새 담화 발표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아베 총리가 역사인식에 대한 퇴행적이고 수구적인 행태를 답습한다면 어렵사리 실마리를 잡은 한중일 3국의 대화국면은 무참히 깨질 수밖에 없다. 진창수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장은 “아베 총리가 담화를 통해 과거의 침략을 반성하고 사죄하는 뜻을 밝히지 않는 한 동북아 3국의 대립과 갈등 구도를 허물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한중일 회담의 구도가 결코 우리 측에 우호적이지 않은 점을 의식해 정부는 중국, 일본과의 양자회담보다는 한중일 3자회담에 무게를 두고 있다. 외교부 관계자는 “우리가 3국회담 의장국으로서 오랜 시간 노력한 게 결실을 맺게 됐다”며 “3국 협력을 복원하고 발전에 대한 의지를 확인, 실천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