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계 손꼽히는 젊은 배우
올해 두 작품 모두 앙코르 공연
180㎝가 넘는 훤칠한 키에 다소 말라 보이는 체격, 방금 브라운관에서 튀어나온 것 같다. 순정만화 주인공 같은 외모의 소유자는 데뷔 8년차 연극배우 이승주(34)씨다. 김광보 연출의‘전쟁터를 훔친 여인들’, ‘사회의 기둥들’로 주목 받은 이후 최근 ‘유리동물원’의 앙코르 공연을 마친 그는 다음달 ‘엠.버터플라이’의 재연을 앞두고 있다.
완벽한 외모로 왠지 연극 배우 같지 않은 그는 알고 보면 KBS 공채 탤런트 출신이다. 방송에 주력하지 않고 연극을 하는 이유는 뭘까. 그는 “처음부터 연극만 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은 아니다. 독립영화도 해봤고 드라마도 출연해봤지만 인물, 장면에 대해 긴 시간을 고민하는 작업인 연극에 더 잘 맞았다”고 했다. 또 배우, 작가, 연출, 관객이 함께 만들어가는 게 연극의 매력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의 올해 작품은 현재까지 모두 재연이다. 같은 배역이지만 연기하는 데 달라진 부분은 없느냐고 묻자 그는 “이전 공연보다 다르게 해야겠다는 생각보다는 각각의 인물에 더 공감하는 데 집중했다”며 “열정 있는 연출가, 배우들과 함께하면서 완성도를 더 높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연극계에서도 노력파로 알려져 있다. 리딩 첫날 대본을 외워오고, 한 장면을 놓고도 본인이 소화할 수 있도록 이해하기 위해 며칠씩 고민을 거듭한다.
“제가 특별히 열심히 한다기 보다 관객들이 연극을 관조적 태도로 바라보지 않고 몰입해서 보게 하려면 관객들에게 인물을 납득시켜야 한다고 봅니다. 관객들이 먼저 배우의 미묘한 감정 변화를 날카롭게 잡아내기 때문에 제가 더 공부하고 노력해야죠.”
연기를 한다고 하면 대부분 대중에게 더 많이 보여지는 방송이나 영화를 선호하기 때문에 연극 무대에서 주로 활동하는 젊은 배우 찾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인지 연극계의 거장 한태숙 연출가와 김광보 연출가가 그를 선택했다.
한 연출가와 김 연출가는 그가 연극을 하는 데 있어 빼놓을 수 없는 분들이라고 한다.
“연극을 하다 보면 지치기도 하고 의욕이 꺾이기도 하는데 한 선생님은 항상 에너지가 넘치고 열정이 활활 타오르는 느낌입니다. 연극이 가치 있는 일이라는 생각을 들게 합니다. 김 연출가와는 지금까지 해온 작품의 절반 이상을 함께했습니다. 연극을 계속 할 수 있게 해준 분이지요.”
이씨는 특정 배우가 나오는 영화나 뮤지컬을 관객들이 믿고 보듯‘배우 이승주’를 믿고 공연을 보게 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했다. 그는 “관객들이 내 연기를 보고 울고 웃으면서 공감했으면 한다”며 “앞으로도 연극을 열심히 해서 대중적으로도 인기 있는 연극 문화를 만드는 데 기여하고 싶다”고 전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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